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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15. 2016

너와 나의 연결고리

술, 노래방, 그리고.


 나와 남동생은 2살 차이가 난다.

 보통 남매들 처럼 치고 박고 컸으나 미운 정이 되었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대단한 사람' 취급해 주었기에 우리는 보통 보다는 조금 더  돈독하게 지낼 수 있었다. 5년 전쯤 부모님이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충주라는 도시로 내려 가시면서 룸메이트가 되었다. 자유를 얻은 우리는 미친듯이 놀아댔고, 서로의 놀음을 부모님께 커버 쳐주면서 팀플레이의 결속력을 획득 했다. 우리의 대동단결은 부모님이 오실 때 주로 효과를 발휘했고, 지금도 그렇다.

 

 동생은 여섯살때 부터 미술을 시작해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고, CG일을 하다가 돌연 회사를 때려치웠다. 소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미래가 없어." 라고 동생은 말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그의 얼굴엔 한 톨의 미련도 없었다. 앞으로의 살길에 대한 고민만 꿈틀 거렸을 뿐. 남편이었다면 걱정이 앞섰을지도 모르지만 남편 같은 동생에겐 "관둬!" 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다음 날 아침까진 괜찮았으나 5개월을 컴퓨터 앞에서 광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났다. 왠지 늙어 죽을 때 까지 저 모습 일 것 같았다. 다행히 동생은 전혀 다른 분야에 취직했다. 오래 오래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끼리 술을 한잔씩 하는데 술은 먹고 싶으나 멀리 나가고 싶진 않고, 한 사람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주로 회동이 이뤄진다. 꿩 대신 닭. 꿩고기 보단 닭고기가 더 부드럽고 맛있을 때가 있다.


 동네 횟집에서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노래방을 가잔다. 노래방에 가면 애국가만 부르던 녀석이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맛을 들였다. 사회 생활이란 그런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빡빡함.

 동네 단골 노래방의 각자 다른 방에서 나오다가 마주 친 이 후 우리는 같이 노래방을 다니기 시작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는 미친 듯이 서비스를 넣어 주시는 고마운 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우리 핸드폰에는 불이 났으나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새벽 두시. 흔쾌히 가기로 한다.

 

 주변 사람들과 노래방을 가면 부담감들이 있다. 삑사리나 버벅댐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그러나 동생과는 그럴 일이 없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사이다. 마라톤 하듯 내내 노래를 불러댔다.


 '내려 놓을 수 있는 사이'가 이 녀석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함이고, 그러기 위해선 너무 나를 까발리면 안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가족인들.

 

 복 받았다. 집에 들어와 휴지조각에 끄적인 저 그림엔 오늘 밤의 흥얼거림이 들었다.


 좋다.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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