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매력적이야
울산의 마지막 밤.
불타는 금요일이다. 유흥가가 밀집한 거리에서 하룻밤 사랑을 하고픈 남자와 여자들을 보면서 '아직 저들은 말캉한 그 마음이 살아있구나, 좋을 때다.'라고 생각했다. 마치 칠십 넘은 노인처럼.
나는 연애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 사라졌다. 불과 몇 달 전의 연애까지만 해도 활활 타올랐던 것들이 이제는 재가 되어 다시 불 붙이려해도 붙이기가 어렵다. 둘 보다는 혼자인게 편한 시기가 있다. 이별을 하고 나면 늘 그렇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연애를 하고 싶어 온 몸이 달아 오르리라.
사랑한다가 과거형이 되는 순간이 있다. 사람에게서 마음이 식어 버리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지만 별 것 아닌 것에서 비롯되곤 한다.
삼일 밤을 새서 꽤나 열심히 쓴 글이 있었고, 내 마음에 유독 와닿는 대사가 있어 상대에게 찍어 보낸 적이 있었다. "이해가 안된다."라는 답이 왔다. 그 순간 내 마음엔 소방차급의 소화기가 뿌려졌다.
또 다른 상대는 사랑이 구속처럼 느껴져서, 또 다른 이는 어느 순간 설레임이 사라져서. 사람도, 이유도 매번 다르지만 불이 꺼지는 것은 순간이란 점은 늘 같다.
그래서 사랑은 어렵다.
꺼지지 않도록 살살 불어줘야 하고, 세게 불면 내 입김에 그의 불길이 꺼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불길이 사그라 들지도 모를 일이다. 늘 사랑을 갈구하지만 지속되진 않는다. 예전 휴대폰 CF에 나왔던 "사랑은 변하는거야."라는 문구가 생각 나는 밤이다. 사랑의 색깔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나는 그 색깔에 맞추어 카멜레온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때때로 피곤 할 때가 있다. 몇 십 년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자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맞춰간다.'는 그 표현이 딱 맞다. 퍼즐 게임도 아니고 도형도 아닌데 맞춰 간단다. 내 살도 깎고, 상대의 살도 깎고. 때로는 붙이기도 하면서 같은 모양과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것. 난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입체적인 사람이기에 사랑은 정말 어려운 거다.
사는게 고되고 힘이 들면 사랑에 쏟을 수 있는 마음이 줄어든다. 그래서 이제는 불 타는 사랑엔 잿가루를 뿌리기로 했지만 금새 또 두리번 거리는 걸 보면 이번에도 작심삼일이 될 것 이다.
"취미가 뭐예요?" 라고 물으면 "사랑이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이 주는 엔돌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사랑이 쉬운 것이 었다면 나는 이렇게 사랑을 갈구했을까?
아, 사랑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