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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Oct 10. 2022

남편이 달걀 알레르기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일 때 남편이 달걀 알레르기가 생겼다. 연애할 때는 제약 없이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식사 준비에 대해서 걱정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달걀을 먹고 나면 메스꺼운 증상이 있다고 했다. 상한 달걀을 먹었거나 일시적인 증상인 줄 알았는데 달걀을 먹을 때마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서 달걀은 사라졌다. 


나는 억울했다. 요리도 잘 못하는데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국, 오므라이스, 장조림 같은 단순하고 쉬운 반찬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중요한 단백질 섭취원 중에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달걀을 먹지 못하니 음식 준비에 고민이 많이 생겼다. 심지어 남편은 달걀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김밥도 못 먹었다. 


누구는 비싼 자연방목 달걀을 사보라고도 하고,

달걀 알레르기라는 게 정말 있냐며 몰래 먹여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먹을 땐 잘 먹고 나서 좀 지나자 '속이 왜 메스껍지?'라는 말에 제 발 저려 그날 이후로 몰래 먹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6년이 흘렀고, 얼마 전에 남편이 달걀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으흠 과연? 나는 그동안 만둣국에 달걀 하나 푸는 것도 냄비를 따로 써야 할 정도였는데 어떻게 괜찮아졌다는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 반찬으로 내놓은 계란찜을 종종 먹길래 오늘 아침에 계란폭탄 토스트를 해봤다. 

무려 계란이 3개나 들어간 스크램블을 빵 사이에 넣은 토스트이다. 

뭐 남편이 못 먹겠다고 하면 내가 먹을 심산으로 일단 한 개만 만들어봤다. 예상과 달리 남편은 생각보다 맛있다면서 하나를 뚝딱 먹어치웠다. 


어느 날 갑자기 달걀 알레르기가 생기더니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세상에! 이렇게 기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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