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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Oct 20. 2022

다이어리와 펜을 좋아하는 아날로그형 사람

제 다이어리를 소개합니다.

 소중한 추억과 일상의 기억이 가득한 나의 다이어리. 요즘 진정한 힐링 아이템이다. 나는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고 잘 사용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아날로그 감성도 참 좋아한다.


 얼마 전 약속이 있어 강남에 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대형서점 문구 매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문구 덕후 기질이 있는 나에겐 눈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벌써 내년 다이어리 진열대가 메인 자리에 떡하니 마련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1월 말 정도는 되어야 내년 다이어리를 고민했던 것 같은데 참 빠르기도 하지. 그런데 이 날 나는 그 진열대를 지나쳐서 마스킹 테이프 하나만 사서 나왔다. 지금은 정착한 다이어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쓰는 트래블러스노트(형태)에 정착하게 된 건 2년 전부터이다. 빈 노트를 두 권 끼워서 하나는 일상 기록용, 다른 하나는 문장 수집용으로 쓴다. 손 때 묻은 가죽커버와 고정끈에 달아둔 펜던트를 보면 베네치아 여행에서의 추억과 뉴욕 탐방의 기억이 저절로 떠오르고, 그 어느 검색보다 빠르게 떠올릴 수 있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습관을 위해선 매일 쓰는 것이 좋지만, 분명 특별한 일 없이 잔잔하게 지나간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그냥 건너뛰어도 괜찮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날그날의 기분대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어서 더 애착이 생긴다. 그리고 문장 수집용 노트에는 책이나 SNS에서 만난 공감 가는 글이나 닮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하고 있다.


 예전에 나는 연말이 되면 내년엔 야침 차게 다이어리를 빽빽하게 써 볼 거라고 마음먹고 새 다이어리를 구입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초반에만 열심히 쓰고 버린 다이어리가 수두룩하다. 나는 계획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어서 플래너형 다이어리를 사면 지속해서 쓸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일차적으로 계획을 잘 못 세우기도 하고, 칸에 맞춰 쓸 말이 없어서 빈 곳을 보면 못마땅한 기분을 많이 느꼈다. 계획한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못했음을 체크하는 것이 마음의 짐 같아서 다이어리와 점점 멀어지게 되는 양상인 것 같다.


 어디다 쓰나 싶었던, 귀엽다고 샀던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들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고 마구 사용하고 있다. 만년필과 다양한 펜을 써보면서 잉크의 색과 필기감에도 취향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도구에 따라 변화는 내 필체도 신기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내가 다이어리를 계속 쓰는 이유가 계속해서 추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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