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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Oct 22. 2022

오늘의 좋은말수집

한정원 님의 '시와 산책'을 읽고

나는 흐린 날을 다정히 맞는 편이다. 침침한 빛, 자욱한 사물들, 묵직하게 흩어지는 향. 흐린 날에는 모든존재가 자신을 잠잠히 드러낸다. 내 안의 언어와 비언어들조차 소란스럽지 않다. 그 세계가 몹시 안온하고 충만해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햇빛은 온기를 주는 동시에 대상을 퇴색시킨다. 지나친 빛 속에서는 노출과다사진 속 피사체가 그러하듯, 내가 배경 속에 희석되거나 본디와 다른 모습이 되고 만다.

 그러니 진심이나 맹세는 흐린 날에 건네져야 할 것같다. 햇빛은 사랑스럽지만 구름과 비는 믿음직스럽다.


_13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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