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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by 애스킹혜성

올해 나의 목표에는 분명 '동료를 배려하고 다정하게 대하기'가 있었다.

직원 수가 많지 않은 작은 소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내 사회생활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소한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결심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무너지게 되는 일이 있었다.


회사 동료, 특히 상사와의 관계는 조금 미묘하다.

사이가 좋을 때는 환상의 짝꿍 같지만, 어떤 날은 이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회사를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동안 지인들에게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헷갈린다고 말했었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안다. 다만 나만의 기준으로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자 나의 정리는 <모든 사람에겐 장단점이 있고,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


인간관계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해 준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해야겠다. 그 사람의 평판이야 어떻든 간에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사회생활 이상의 리액션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고 싶지 않다.


최근의 대화에서 본인은 솔직하다는 핑계로 나를 평가하는 말을 했는데 팩트를 떠나서 나를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의 상처가 겹겹이 쌓여서 터진 것 같다.


나보다 상사니까,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그 사람의 기분과 사무실 분위기를 생각해서 그동안 말을 아꼈었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정말 가마니인 줄 아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한 번 발생하면 눈을 보고 똑바로 말하겠다. 솔직하다는 말이 방패가 되지 않는다고, 나는 당신의 말에 상처받았고 상처를 오래 곱씹는 성향이니 주의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


약하다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약한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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