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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Apr 06. 2017

스물아홉 청춘


어린시절,
이 나이즈음엔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겠지! 라는 원대한 꿈을 꾸곤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댔어!

나도 그런 인물이 될거야!

물론 어른들의 등쌀에 큰 포부를 품게된 것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만큼 세상에 물들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은 아닐까.

나이 서른에, 팀장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자신의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아마 나도 그렇게 되리라 막연히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는 본부장도 그렇게 쉽게 척척 되던데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그 찬란하다던 이십대 초반,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며, 많은 것들을 시도하면서 너무나도 행복하게 보냈고,

활짝핀 꽃처럼

뭘해도 아름답다던 이십대 중반,
치열하게 또 단단하게 수많은 좌절과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누구보다 더 열심히 보냈다.

그렇게 이십대 후반을 맞았지만,

나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영혼들 중의 하나라는 것.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버리고, 다시 한번 아홉해를 견뎌내며 나도 그냥 소시민이구나...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마음속에 툭툭 치고 들어오는,

나는 지금 스물아홉이다.

나의 이십대는 '열정'. 이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기였지만 가끔씩 훅 들어오는 이런 냉혹한 자아성찰. 아니, 현실 자각은 나를 자꾸만 동굴 속으로 파고들게 한다.


행복하지만 그만큼 또 아픈,
나는 스물아홉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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