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오후,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햇살 한 줌
햇빛은,
태양에서 지구로 도달하는 전자기 복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은 대기를 지나며 부드러워지고,
어느 날은 눈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다.
햇빛이 과학이라면,
햇살은 감정이다.
스며들고, 머무르고, 사라진다.
그날의 햇살처럼.
지하철은 그날도 숨이 막혔다.
어깨는 서로에게 닿았고,
맞댄 등으로 땀과 함께 피로가 전해졌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조차, 밀려드는 무기력을 이기지 못했다.
초여름 저녁,
나는 사람들 틈에서 서서히 눌려가고 있었다.
합정을 지나 당산으로 향하는 구간.
열차는 잠시, 지상으로 튀어 올랐다.
그 찰나,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듯 창문 너머로 빛이 스며들었다.
수면 위로 쏟아지는 빛 내림과 함께
어지럽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 순간,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괜찮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기분이 이상했고,
또 이상하게 고마웠다.
오후의 햇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따뜻했고 유난히 다정했다.
모달 셔츠처럼 얇고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졌다.
내가 힘들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지 않아도, 힘듦을 알아주는.
늘 내 편이 되어주는 포근함이었다.
나를 품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햇살이 그랬다.
바뀐 건 햇살이 아니라,
그 빛을 알아보게 된 내 마음이었다.
복잡하던 지하철 안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사람들의 숨결과 움직임은 잠시 멀어졌고,
햇빛과 나만 고요히 정지된 듯했다.
어지럽던 마음도, 밀려드는 피로도
잠시 머물다 빛과 함께 수면 위로 흩어져 내렸다.
지금도 나는 종종 생각한다.
그때 그 햇살처럼,
말없이 마음에 닿는 방식으로
나도 누군가를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