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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Mar 26. 2021

영수증 3화

싯다르타, 해빙, 기다리는 아이

본의 아니게 도배해서 죄송스럽지만서도, 오늘은 글이 손가락에 붙네요. 가독성을 위해 메모 원본을 아래쪽에 남깁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명작을, 한글을 떼기도 이전 우리집 책장에 늘 꽂혀있던 그 책을 비로소 읽게 되었다.

 꼴에 소설가가 되겠다니 연금술사니 자칭하는 스스로가 세기의 명작을 이제서야 읽었음에 부끄러움 들지만, 어째 현재의 나는 싯다르타를 읽은 사람이 되었다. 세기의 지식과 경험, 문학을 내 머릿속에 녹여낸 사람이 되었단 뜻이다. 이때의 메모는 서점에서 본 책들 - 나는 서점에서 윈도우 쇼핑을 할 때가 많다. 자린고비 성향이라 대체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데 유일하게 충동구매를 하는 종목이 바로 도서이다. 사실, 그리 다독하지는 않는다! - 중에 가장 읽고싶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두 권의 책을 써 둔 것이다. 내 메모에는 이따금씩 책 제목이 등장하는데 이것들 모두 나의 목표가 된다.


어리석음일 수 있지만 나는 2019년 깨달음을 얻는다. 남들이 말하는 신내림이나 초인적인 힘을 얻은 것은 아니고 그저 개인의 삶 속에서 한가지 깨달음을 얻은 것 뿐이다. 이 때의 느낌과 정황, 얻은 내용은 추후 글로 남길 예정이다. 요약하자면, 척추(목덜미부터 꼬리뼈에 이르는)에서 반사된 전기적 신호과 후두부 전체에 퍼지는 짜릿함이 들고 정신이 일순간 맑아지게 되는데, 나의 경험으로는 내가 깨달음이라고 부르는 것 직후 그 감각과 기억이 점차 희미해져간다. 남는 것은 대다수의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되는 점, 진정 사랑을 할 수 있게된 점, 이해와 응용의 폭이 넓어졌으며 이성의 통제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는 점 정도. 이 시기의 나는 고행의 길을 걷고 있었다. 소스라치게도 그 근원이 나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관과 부정이 극에 달했으나 주변인들의 도움과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한 자의식의 활용 그리고 , 세상으로부터 배우려는 의지로 극복해내다-

 마침내 깨달았을 뿐이다.


"인생은 데칼코마니다." 유명한 강사의 말이다. 과거의 내 모든 행적은 현재와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나의 경험, 고행, 싯다르타의 선택, 그러한 집합체의 결과물이 곧 오늘의 나요, 오늘로부터 쌓아갈 시간의 마디와 절 후의 나는 오늘의 나로부터 형성된다 이해한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기도, 크게 공감하기도 하며 나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다.


 해빙, 절친한 이에게 추천받은 책이다. 아까 말했듯 나는 자린고비 성향을 띄고 있어 고등학교 시절부터 쓰던 의류와 가방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아직도 입는다. 전자제품의 경우 부팅이 되지 않거나 기능이 동작하지 않을 때까지 사용한다. 내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애용하는 이유이다. 이렇듯 돈을 좀처럼 쓰지 않는, 정확히는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 내게 어느 친구가 추천해 준 책.


 소설과 수필의 중간을 오가는 듯한 구성을 보이는 책으로 나에게는 완전한 소설로 받아들여졌으나, 여느 문학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야기의 요지나 본질, 주제는 있다. 페이크 구루니, 허구니 한 때 시끌시끌하던 책으로 기억하지만 어찌됐든,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내지는 '금전과 소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또는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전환'이라는 가르침을 품고 있다.


 검지와 중지를 뻗어 이마 정 중앙에 가져다 대는 해빙 제스처는 내게 오그라드는 행위로 다가서지만, 최근 나는 내 곁을 지켜주는 연인에게 3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선물해주었다. 단언컨데 내가 댓가를 지불했던 물건 중 자동차와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큰 금액이었으며 내 한달 생활비의 몇 배가 넘는 금액이다. 내가 좋아하는 돈 얘기가 나와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내자면, 나는 가방 금액의 한도를 1천 만원 정도로 잡았다. 아마도 가방 가격이 1천만 1원이었다면 당장 그 가게를 박차고 나왔을 나이지만, 유명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샤' 사나 '에' 사의 핸드백 가격대가 그정도 한다니 어쩜 최고의 선물을 해주고 싶었나보다. 그 가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 소중한 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을 아무런 제한 없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편견과 '틀'이 없는 상태로 베풀어보고 싶었다. 나의 그러한 욕망은 그녀가 바라는 수백만원 대의 가방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고 고고했으리라.


 현명하고도 합리적인 그녀의 판단은, '샤' 사의 가방 따위를 사는데 내가 자린고비의 행색으로 모아놓은 1천만원의 현금을 허용치 않았다. 그럼에 트렌디하면서도, 나이대에 걸맞으면서도, 그리 사치스러워 보이진 않을 '입' 사의 가방을 선택한 것이었다.

 내가 무심하게 결제한 뒤 소녀는 가방을 쥐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모습은 수천금에 비할 바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의 진심을 사는데 돈백이 대수는 아니란걸. - 흥을 깨기 싫으나 반박하자면, 돈백이면 환심을 사기 충분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해빙





가방을 사주기도 전, 나는 이러한 일들을 어렴풋이나마 예감했나보다. 이것은 그녀를 떠올리며 적어둔 짤막한 메모인데, 그녀는 내 군생활을 기다려주었으며 오랜 연애를 버티어 결혼하게 되었다. 성공에 집착을 하는 나와 남부럽지 못한 금전적 상황에 대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내 곁에서 함께해준다. 그런 기다림들이 무뎌질 적에. 이 말들을 편지에 새겨주려 메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다리는데 익숙한 아이, 

너무 고맙지만

잊지마,

지금도 행복해야 한다는 거.




행복은 늘 곁에 있으며 조건부가 아니다.

당신은 현재도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루에 몇 번씩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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