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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Oct 15. 2021

아이들의 성격은 부모라도 쉽게 판단하면 안 되는 것 같

착각하지 말자

 이제 곧 5살을 앞두고 있는 홍시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 내가 홍시를 어느 정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홍시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또래들과 놀 때에는 동생들보다는 형, 누나들과 노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도 대략 파악하고 있고, 새 옷을 입어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나는 누구보다 홍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다. 나와 정양이 알고 있는 홍시는 항상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반응해 줬다. 우리 역시 그게 홍시의 성격이구나 싶어서 최대한 그 방향 그대로 챙겨주기 마련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새의 홍시는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바뀌고 있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착각(?)했던 홍시는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가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서 나를 놀라게 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홍시가 걷기 시작하고 놀이터를 놀러 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홍시는 항상 놀이터의 형, 누나들과 노는 걸 좋아했다. 형, 누나들이 뭔가를 하면 옆에서 같이 끼고 싶어서 기웃거리며 따라 했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손님들을 초대해서 또래의 아이들이 같이 놀러 온 경우에도 어김없이 홍시는 형, 누나들에게만 달라붙어서 놀려고 했다. 당시에는 미안할 정도로 동생들이 놀러 오면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홍시는 동생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형, 누나들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구나.

 이렇게 내 마음대로 홍시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놀이터를 가거나 하면 형, 누나들이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홍시가 형, 누나들을 따라서 잘 놀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도 동생들이 오면 미리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 "홍시가 동생들이랑 노는걸 조금 안좋할 수 있으니 이해해줘"

 그런데 최근에 이제 막 첫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친구 부부네가 집에 놀러 왔었는데 홍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좀 놀란적이 있다. 우리는 이번에도 홍시가 동생이랑 놀기는 쉽지 않겠구나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날의 홍시는 뭔가 달랐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동생한테 들고 와서는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설명도 해주고, 같이 놀아주려고 했다. 동생이 장난감을 보고 웃고 좋아하면 홍시도 좋아했다. 

어... 홍시는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리고 요새는 동생뿐만 아니라 또래의 친구들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최근 홍시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흠칫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한다. 내 잘못된 판단으로 매일 형, 누나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홍시는 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못 가졌겠구나.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한들 한참 크고 있는 아이들의 성격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되는구나. 이런 내 착각이 아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닫아 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아니고, 홍시가 내 잘못된 점들을 바꿔주고 올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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