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ing the trip
여행은 어떤 시작과 끝맺음을 맺느냐에 다라서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같은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서 여행 장소를 정한 첫 번째 도시가 바로 과나후아토이다.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지나서 중부로 넘어오게 되면 영화 ‘코코’의 배경지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바로 과나후아토이다.
‘코코’ 영화는 멕시코 방문 전에 가족들과 함께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멕시코 전통 축제를 배경으로 하는데 주인공 미구엘을 통해서 죽은 자들의 세상에 살고 잇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 세계에서 다시 한번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라는 세계에 죽은 그들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사람이 있어야 할 장소는 없다고 영화[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말하였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누군가의 마음이나 기억 속 일뿐이라고, 이 영화도 미구엘을 통해서 우리가 깨달어야 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감동 깊게 보아서 그런지 나에게는 과나후아토가 꽤나 기대되는 도시였다. 마을이 작다 보니 4박 5일을 한 호스텔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오래 머물다 보니 한국인들, 멕시코 현지인들, 외국인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들을 갖게 되었다.
호스텔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28살에 캐나다 워홀을 다녀와서, 미국과 멕시코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한국 언니부터, 스페인어를 좀 더 배우고 싶어서 8개월째 교환학생으로 과나후아토 대학을 다닌다는 23살 스위스 친구, 일을 그만두고서 남미 여행을 2달 정도 하고 있다는 26살 이탈리아 친구, 학생도 아니지만 직장인도 아니라는 25,26살의 멕시코 친구들까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내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도 나에게 왜 이곳으로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무슨 이유인지 물었고 나 또한 나의 생각들을 전하였다.
“나는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야 그저 여행자일 뿐이지. 나의 삶의 시간들을 점검하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GAP YEAR를 준 것뿐이야.”
우리는 조식을 먹으면서, 저녁에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서로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위로받고 있었다. 청춘들의 고민이 비단, 한국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서양 친구들은 나와 사고방식도 다르고, 이런 고민이 덜할 줄 알았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내 또래의 고민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저 사람에 따라서 고민이 다를 뿐,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어떻게 살지, 진로 고민과 방황들은 누구나 하고 있었다.
그날 하루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사는 곳은 달라도 본질적으로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거의 비슷하다고’
멕시코 과나후아토가 조금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테킬라 때문일지도 모른다. 테킬라는 우리나라 소주와 같은 국민 술로써, 소금과 레몬을 같이 곁들여 먹는 방식이 전통방식이다. 내가 떠나기 전날에 과나후아토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꽃 축제 전야제가 열리게 되었다. 3~4일 동안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사람도 많아지고, 경찰도 들어서게 되었으며 꽤나 북적북적거려서 마치 동대문이나 명동 같았다. 나도 호스텔에 머물면서, 멕시코 현지 친구들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들과 함께 전야제를 즐기게 된 것이다. 멕시코 친구들은 테킬라를 그냥 샷으로 먹을 뿐 아니라, 원액을 놓고서 남녀노소 마신다. 그들과 좀 더 진심으로 이야기하려고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면서, 눈빛을 맞추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내가 만났던 멕시코 친구들은 대부분 정이 많았고, 중고등학 생들도 KPOP 때문인지 한국인들을 연예인 취급하였다. 멕시코 기간 동안 사진 요청과 사인 요청을 여러 번 받았는데, 한국에서 연예인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들에게 한국인은 자주 보지 못하는 ‘신비의 동양인’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나후아토에서의 나의 기억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날 여행의 민 낯을 경험하였다. 멕시코 과달라하라도 그렇고 과나 후에 또에서도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봄이라고 하는 날씨 28도에서 햇빛을 최대한 피해서 아이들은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돈을 번다. 즐거워서 노래를 부르고 흥에 차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지내는 것 같았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되게 어려 보이는 나이인 데도 장사를 했고, 가족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11살짜리 꼬마 아가씨에게 “학교 언제 끝났 어?”라고 묻는 건 사치였다. 학교를 안 다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제복 비슷한 교복을 입는다. 물론 한동네에서 잘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5일 동안 지낸 호스텔에서도 초등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일을 하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학교를 다닌 다는 것이 특혜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에서 아주 평범했던 일들, 누구나 다 하는 것들이 다른 곳에서는 특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서, 말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나를 만난 소녀들은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글은 어렵지만 배워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 후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어찌 보면 이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