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남미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던 식사, 피츠로이 트레킹

엘 찰튼 피츠로이 트래킹

by Minhyo

네팔의 ‘아마다블람’, 네팔의 ‘마차푸차레’ , 페루의 ‘알파마요’, 스위스&이탈리아의’ 마테호른’ 아르헨티나의 ‘피츠로이’ 이렇게 다섯 개의 봉을 세계 5대 미봉이라 부른다.


피츠로이


내가 이 세계 5대 미봉을 알게 된 것은 그곳 중 하나인 피츠로이 트래킹을 직접 해보았기 때문이 다. 우선 그전에 남미 여행 중 참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았고, 맛있던 음식들이 참 많았 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맛있었던 음식을 선정해보라는 질문을 듣는 다면, 주저 없이 엘 찰튼 피츠로이 트래킹에서 먹었던 음식을 언급할 것이다.


칠레 일정이 다 끝난 후, 아르헨티나로 넘어오게 되었다. 지도상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남아메리카 최남부를 포함한 지역을 ‘파타고니아’라고 부른다.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는 보통 트레킹으로 유명 한 장소들이 많다. 토레스 델 파이네, 피츠로이 트래킹 등 전 세계 트래커들이 많이 보이는 장소 중 한 곳이 파타고니아 지역이다. 내가 방문한 5월의 파타고니아는 비수기로써, 비가 많이 오고 겨울의 날씨이기에, 트래킹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은 개인 산행이 불가하여, 결국 일일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토레스 델파이네가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 지역에서 엘 칼라파테로 넘어와 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때 빙하투어를 마치고서 이틀 정도의 여유시간이 조 금 더 있었다. 원래는 엘 칼라파테에서 일정을 쭉 보내려 다가, 날씨를 보고서 엘 찰튼 지역의 피츠로이 트레킹을 하기로 정하였다.



그날 나는 엘 칼라파테에서 엘찰튼행 버스표를 샀고, 엘 찰튼에 서 1박 2일로 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서 숙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엘찰튼 마을


엘 찰튼 지역에 도착을 한 시간은 저녁 10시, 도착한 숙소에서 피츠로이 트래킹을 찾아보니, 일출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결국 일출을 보는 것을 목표로 산행을 하기로 하 였다. 엘 찰튼 지역의 일출 시간을 찾아보니 아침 9시 40분이었고, 피츠로이 트레킹 시간이 왕복 9~10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을 고려해보니, 새벽 4시쯤 출발하면, 일출을 볼 수 있겠다고 판단하 였다.




다음날 새벽 4시가 되었다.



엘 칼라파테에서 급하게 넘어오는 바람에 아무런 간식도 준비하지 못하였는데, 문제는 엘 찰튼에 도착을 하니 가게문이 전부 닫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호스텔에서 살 수 있는 식빵과 잼을 챙겨서, 잠자기 전 샌드위치처럼 만들어서 가방 안에 챙겨 두었다. 피츠로이 트레킹을 올라가면서 배낭에 넣어두었던 것은 잼을 바른 식빵, 견과류 1일 치, 물, 손 장갑, 손수건 이것이 전부였다. 날씨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귀까지 덮을 수 있는 겨울 모자를 쓰고서 패딩을 입고 산행을 하러 나갔다.


새벽 4시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문을 열어서 나갔다.


새벽 4시 10분 산행을 하러 가는 길들을 찾으러 직선방향으로 갔다.

새벽 4시 30분 직선방향으로 갔던 길에서 앞에 있는 장벽 때문에, 무언가 막힌 길이라고 판단이 되어 잠시 멈추고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새벽 4시 50분 다른 길을 찾으면서 구글을 다시 잡고, 이리저리 돌아보았지만, 피츠로이 정상으 로 가는 길과 계속 반대로 위치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새벽 5시 아까 직선방향으로 갔던 길을 다시 들어갔다.


가는 길은 길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손전등과 랜턴이 없던 우리는 산행 입구에서 1시간가량 시작 지점만 찾고 있었다. 트래킹을 시작해야 하는데 들어가는 문이 어디인지 나오지 않으니,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미봉은 둘째 치고, 일출을 호스텔 근처에서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찾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는지, 아까는 망설였던 곳으로 이번에는 들어갔다. 새벽 5시 10분, 드디어 막혀 있던 장애물을 옆길로 시작 지점을 찾게 되었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트래킹 시작부분에서 꽤나 초초했는데, 나중에 하산하면서 처음 길을 다시 확인해보니, 너무 이른 아침이라 길이 나무로 막아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무빗이라는 앱으로 피츠로이 도착점을 찍고서 휴대폰의 플래시를 켠 채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새벽시간에는 막혀있던 출입구



우선 겨울산행도 처음이었지만, 야간과 같은 새벽 산행은 더 처음이었다. 길이 앞길 말고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내내 걷기만 하였다. ‘나는 왜 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을까?’ 이 생각이 처음 1시간 동안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듣는 계곡 물소리, 바람 소리 전부 다 피하고 싶을 만큼 무서웠고, 갑자기 안보이던 나무가 나타나거나, 움푹 파인 눈덩어리에 발이 빠질 때면, 일출을 왜 보러 가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두려웠다. 누가 우리에게 겨울 산행을 추천했던 것일까? 나의 목표는 이제 일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완주를 하는 것, 조심 히 잘 올라가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3시간 정도 지난 것일까? 조금씩 어둠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앞서가던 언니가 나를 부르며, ‘이효민, 저기 좀 봐’라고 하여 고개를 들었는데, 내 눈앞에 펼쳐진 산맥들이 있었다.


새벽에 마주한 산맥 전경


대낮이 아닌 새벽에 보는 산맥들은 처음이었는데, 광경이 놀랍고 멋지 다기 보다 저 산맥들이 나를 덮칠 것 같은 공포심이 들게 되었다. 대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나는 그저 무사히 이 산행이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산맥을 보고 난 후 나는 더욱더 땅만 보고 걸어 내려갔다. 눈밭을 걷자니, 발도 동상이 걸릴 것 같았고, 번번이 꺼지는 휴대폰으로 플래시를 켤 때마다 손은 얼 것 같았다. 방향 한번 잘못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길이 힘든 것을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하면서 산행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이 정표를 보던 중 드디어 발견한 표지판 “Laguna de los tres 1H” 정상 호수까지 10km 중 8km 진입이라는 뜻이었다. 이제 2km만 더 가면 드디어 정상에서의 호수가 보이게 된다. 하지만 2km를 올 라가는 것이 8km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 나는 몰랐었다. 정상에서 남은 2KM 구간은 바위로, 돌로 이루어진 길로 평평한 길이 아닌 굉장히 어렵고 힘든 길이었다. 보통 남미 여행에서 피츠로이 트래킹을 끝낸 여행자들이 이 구간의 길을 언급하길 ‘짜증 나는 길’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길이 짜증 나 봐야 얼마나 짜증 나겠어?” 나는 페루에서 여행담을 들을 때, 이렇게 속으로 여러 번 생각했었다. 내가 막상 그 길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km의 구간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점점 느껴지는 감정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내 감정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 결론은 ‘얼음 돌’을 밟고 산행을 해야 했다. 계절도 겨울이다 보니 문제는 돌들이 얼어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큰일이 나지 않기 위해서 기어서 올라갔다. 두 손과 두발을 모두 이용하여 돌을 잡고 올라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몸이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돌을 손으로 만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얼어버린 돌을 손으로 만져도, 산행을 무사히 끝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새벽 4시에 나와서 5시부터 시작한 산행이 정상에 도착을 하니 10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다. 올라가던 중에 해는 떴고, 나는 10km의 여정을 대략 5시간 끝에 정상에 도달하였다. 정 상위에 바라보는 풍경에 만감이 교차했다.


일단 ‘살았다’.



한 차례의 시간을 보내니, 여유가 생겼다. 여러 생각이 흘러갔다.



‘더 나아진 나의 모습을 찾은 걸까?’ 피츠로이의 미봉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피츠로이의 미봉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던데, 그날은 구름에 가려지지 않아서 미봉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운수 좋은 날이었다. 나는 그곳 정상에서 전날 만들었던 식빵과 견과류를 먹으면서 당분을 보충했는데, 그 음식이 바로 내가 남미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게 즐긴 식사였다. 식사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고, 애피타이저부터 메인까지 오로지 식빵 한쪽 과 견과류 몇 알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빵 맛은 처음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살짝 오버하면 눈물 날 뻔했다.


음식의 맛은 꼭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식사를 하는 그날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나의 상황이 어떠한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에 따라서 미슐랭 음식도 별로 일 수 있고, 식빵에 잼만 바른 음식도 훌륭한 식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눈물겨운 식사를 마치고서 하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산을 하게 되면서 자꾸 걸음을 멈추었는데, 왜 그런 가 봤더니, 산행을 오를 때, 어둠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으로 직접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무서운 계곡 물소리가 여기였구나’, ‘이 눈밭 같은 공터가 거대한 capri호수였구나’, ‘산맥들의 진짜 모습이 이러했구나 ‘라고 말하면서 올라가는 5시간 동안 제대로 보지도 듣지 도 못하였던 피츠로이의 진짜 매력을 하산하는 5시간 동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왕복 거리 20km, 걸린 시간 약 10h, 43000보의 걸음을 끝으로 트레킹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하산 하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


보통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말하는 트레킹의 매력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산속을 걷고 오르는 동안 그 흔한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동시에 적절한 육체적 고통이 뒤 따르면서, 이러한 고통들을 이겨내면서 더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10시간 정도를 산속에 있다 보면 나 자신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나는 겁쟁이였 는데, 생각보다 대담했고 체력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왠 걸 너무 약했다. 의외의 모습도 있었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알았다. 아마도 피츠로이 트래킹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굵은 선’을 그어 준 것 같다. 아마 다음번에 트레킹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대담하고 나아져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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