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남미대륙의 마지막 여행지, 브라질 상파울루를 끝으로

내가 필요하고 욕망했던 것들을 찾으러

by Minhyo


84일정도의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아직 70일 정도 더 남은 일정이 있었고, 여행이 끝나지는 않 았지만, 그동안 다녀왔던 나라와 도시들을 종이위에 적어보게 되었다.
9개국 29개의 도시, 그동안 11번의 비행과 22번의 버스이동을 하였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터, 중남미를 거쳐서 남미 종단을 마치고 브라질로 왔다. 그리고 뉴욕을 가기전 경유를 위해 콜롬비아 공항에서 멈춰 섰다.


콜롬비아 공항에서


나는 ‘내가 필요하고 욕망했던 것들이 저 곳 어딘가 다른 세상에 있을 거야’라고 그것들을 찾으려 고 여행길에 올랐다. 누구에게나 그러겠지만 이 여행이 참 소중했다. 처음 살아보는 27, 28의 삶이 꽤나 어려워서 나는 왜 이렇게 떠나고 싶었던 건지어 대해서 답을 들으려고 긴 휴식을 갖게 되었 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아메리카 대륙종단으로 잡았고, 지구를 반 바퀴 돌 생각에 처음 여행기간은 6개월~ 1년정도, 예산은 2200정도를 잡았었다. 2017년 4월에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서, 5월 부터 한달에 150만원씩 여행적금도 들게 되었고, 우선순위가 바뀌다 보니 그 해 7월에 820정도가 모이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앞으로 원하던 삶을 살게 될 거란 엄청난 행복감에 휩 싸여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그런데, 인생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해 7월에 난생처음 당한 금융사기에 일상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 우울증, 대인기피증등 꽤나 블 랙홀 같은 시간들을 보내었다. 그 후, 평범한 일상을 찾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1달의 시간을 보내 고, 정신을 차린 지 7개월 후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상파울루 숙소에서의 전경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발자국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때 사기를 당하기 전 앞으로의 나의 미래를 알았다 면, 나는 과연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시련이 극복이 되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인생이어서,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판단이 어려운 삶이라서 내가 극복하고 감당하지 않았던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러한 삶이 감사 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여행을 반정도 마친 시점에서 프린트된 초창기 계획들을 가만히 들여 다 보았다.



초창기 여행계획표 / 예약된 문서와 프린트들


처음 환전할 때, 현금을 얼마나 들고 갈지 고민했던 것부터, 만나지도 본적도 없는 강도 와 테러 걱정들에, 이동시간만 30시간인 남미버스는 또 어떻게 버틸지, 뉴스거리에 나오는 문제가 되는 나라들은 왜 또 전부 방문지역인지까지 수 없는 걱정들로 하루하루 지새면서 보내었다.




공항 가는 길, 줄을 서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피식 웃음만 나왔다.





그 동안의 여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낭, 캐리어, 힙색, 침낭을 끌고 다니는 여행길부터, 매 일 하는 환율계산, 매일 쓰는 가계부, 매번 확인해야 하는 콘센트등 적응될 만하면 1주일 단위로 바뀌는 물가에 언어에, 부차적으로는 공항노숙부터, 트래킹등 참으로 견뎌 내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만났던 마법같은 풍경들과, 천사처럼 내게 찾아와준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남미여행까지 잘 마무리하게 된 것 같다. 84일의 여행 기간 동안 삶이 내게 답해준 것이 있다면 사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손만 뻗으면 닿 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너무 당연한 WIFI부터, 물, 화장실, 빨래, 현금 인출까지 내가 필요했던 것들은 사실 굉장히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행길에서는 이 모든 것에 돈을 지불하고, 대가를 치르면서, 당연해지는 것이 사라지는데, 장기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 중 하나가 ‘갖고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관점으로 시선이 변 하게 되었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아서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내 감정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 겠지만, 뭔들 어떨까? 다 상관없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또 배워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제 곧 미국 동부로 넘어가는데, 사랑의 도시 뉴욕에서 또 한번 소중한 페이지의 추억을 잘 새 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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