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 파울 루벤스작품 삼손과 데릴라
내셔널 갤러리 루벤스 방으로 들어왔다. 루벤스는 천재적인 외교관이자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작품인 삼손과 데릴라는 최근 AI에 의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명받아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멋진 작품이? 설마 그럴리가…
작품과 관련된 성경(사사기 16:19, 21)
들릴라가 삼손으로 자기 무릎을 베고 자게 하고 사람을 불러 그 머리털 일곱 가닥을 밀고 괴롭게 하여 본즉 그 힘이 없어졌더라...
블레셋 사람이 그를 잡아 그 눈을 빼고 끌고 가사에 내려가 놋줄로 매고 그로 옥중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였더라
지금까지도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예수님이 오시기 이전, 수천 년 전부터 끊임없는 전쟁을 해왔다. 이스라엘, 유대인 출신의 장사였던 삼손은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유대인들을 구출해 준다.
팔레스타인에게 삼손은 눈엣가시일 뿐이었다. 팔레스타인 군인들은 삼손을 제거하기 위해 데릴라를 보낸다. 데릴라에게 첫눈에 반한 삼손은 헌신적인 사랑을 맹세한다. 하지만 스파이였던 데릴라는 끊임없이 삼손에게 힘이 근원이 어디인지를 물어보게 된다. 군사 기밀이기에 사실을 알려 주기 힘들었던 삼손에게 데릴라는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삼손은 데릴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힘의 근원은 머리카락에서 나온다"
데릴라는 팔레스타인 군인들에게 이 정보를 바로 팔아넘긴다. 결국 삼손은 팔레스타인 군인에 의해 머리카락이 다 잘려나가고 힘을 완전히 잃은 채로 눈이 뽑히는 형벌을 받게 되고, 평생 동안 감옥에서 남은 인생을 비참하게 보내게 된다.
루벤스는 삼손과 데릴라를 통해 두 남녀의 몸을 아름답게 연출했다. 아름다운 등근육을 자랑하면서 엎드려 있는 삼손을 보면,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옆에 있는 데릴라는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고 눈이 살짝 풀려있다. 둘이 금방 사랑을 나눈직후였을 것이다. 육감적인 데릴라의 모습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삼손의 머리 위에 있는 이발사는 금방이라도 머리를 자를 것 같은 손모양을 하고 있다. 그 모양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오른쪽 문 뒤쪽으로 팔레스타인 군인들이 꼬챙이를 들고 삼손의 눈을 뽑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루벤스는 빛을 이용하여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 같은 현장감을 살려내었다. 마지막으로 데릴라 머리 위에 노파는 데릴라와 얼굴 형태가 비슷하다. 즉 둘이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데릴라는 젊고 아름답지만 삼손을 이용하고 정보를 팔아넘긴 음흉한 사람으로 음침해 보이는 노파를 통해 본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루벤스의 그림은 연출력이 뛰어나다. 평생 살면서 이런 작품들을 1200 점 넘게 완성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방을 차려 팔을 제일 잘 그리는 사람은 팔을! 다리를 완벽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다리를! 그려서 작품들을 완성했다.
최근 AI가 위작으로 판명을 한 이유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려 명이 맡아 완성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작품은 내셔널 갤러리에서 아직까지도 인기가 많은 작품 중 하나이다. 꼭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