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하기
사랑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일까? 사랑이 존귀한 가치이며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만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힘이 있어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 말에 상응하는 태도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사랑의 힘은 그 말의 의미를 지키려 노력할 때 온전히 발휘된다. 정리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사랑에 맞는 태도로 그를 대한다면 사랑이 가진 힘이 그 관계를 회복시키고 성숙시키며 묶인 것을 풀고 끊어진 것을 잇는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의 의미와 방법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실천할 차례다. 하지만, 사랑은 누군가에겐 쉽고 누군가에겐 산을 옮기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사랑하기 가장 쉬운 사람은 누굴까? 아마 내리사랑으로 자신을 사랑한 부모일 것이다. 자신을 조건 없이 품어주고 사랑해 준 부모는 사랑을 돌려받아 마땅하다.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쉽고 누군가에겐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이라는 곳간에 받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쉽다. 자신을 사랑할 책임이 있는 부모에게 사랑받고 그 사랑을 온전히 누려본 경험이 없다면 낯선 이는 물론 부모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사랑을 받지 못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면 착잡한 마음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이것만큼은 공평할 줄 알았던 사랑에서도 출발점이 다르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해결할 해결책이 하나 있다. 사랑을 대출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땐 정해진 조건과 담보물을 따져 한도가 생기지만, 사랑을 대출하는 일에는 한도가 없다. 마음의 곳간에 사랑이 없다면 우선 사랑을 대출해 사랑을 주는 것에 도전해 보자. 빌린 사랑이 곳간에서 빠져나가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과감한 투자라 생각하고 누군가를 사랑해 보자. 설령 그 대상이 자신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 부모라 할지라도 말이다.
두서없는 글을 여기까지 무심코 읽다가 문득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가? 그렇다면 아마도 평소에 습관적으로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했던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해본 적이 없어 어색해서, 부모와 껄끄러운 관계여서, 부모의 잘못을 용서할 수 없어서, 내 말을 실없는 소리라 느낄까 민망해서, 혹은 이유 모를 감정에 주저하게 된다면 몇 가지 상상을 해보길 바란다. 오늘이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하고 그 반응을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무표정인 부모님이 속으로는 지금 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랑한다 말하길 기다리고 있다면? 용기 내 건넨 사랑한다는 말에 “나도 너를 사랑한다.” 말하며 나를 끌어안아주시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사랑의 힘이 미래를 송두리째 바꾼다면?
최근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다. 높은 곳이 무섭고 가격도 비싸 탈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하다 친구들을 따라 낙하산을 메고 도약해 하늘을 날았다. 남들보다 운동신경이 없었는지 도약하다 넘어져 땅을 기어서 떨어지듯 날았지만, 용기를 낸 나는 결국에 하늘을 날았고 자유함을 맛봤다. 하늘로 뛰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저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 너는 이제 자유하다.‘ 외쳐주는 바람의 목소리만 들렸다.
사랑받지 못했다고, 사랑하지 못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길 바란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때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이 부족한 거라면, 사랑을 대출받기 바란다. 그 끝에 돌아오는 사랑은 대출받은 사랑을 모두 갚고도 넘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