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울타리
중학생이 되고 철이 들 무렵, 누나한테 대들기를 그치자 금세 사이가 좋아졌다. 누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누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내 맘을 몰라주고 부담스러워하는 누나에게 내심 서운했다.
사람에겐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마음의 울타리가 있다. 심리학에선 이를 경계(바운더리)라 말한다. 마음의 울타리는 사람마다 너비가 다르다. 누구는 자기 발 바로 앞에, 누구는 자기에게서 멀리 빙 둘러 울타리를 세운다. 울타리 앞 푯말엔 이렇게 적혀있다. “여기서부턴 출입 금지” 푯말을 보지 못해 넘어온 사람과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나는 작은누나의 울타리를 넘고 있었다. 아니, 울타리를 넘은 것도 모자라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부담스럽다) 누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부담스러웠다. 두 사람이 친밀해지다가도 울타리를 넘어 너무 밀착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밀착된 관계는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이어진다.
관계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울타리가 너무 좁으면 내 공간을 마련할 수 없고 너무 넓으면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는 관계마다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이는 부모, 자녀, 친구, 연인 심지어 부부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생각해 볼 문제다.
사람마다 울타리가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기억하면, 관계에서 누군가가 서운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고민스러운 관계가 있다면, 눈앞에 그 관계를 그려보라. 두 사람의 울타리가 겹쳐있지는 않은가? 만약 내 울타리를 넘어온 사람이 있다면, 용기 내 말해보자.
여긴 내 울타리 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