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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May 26. 2024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13회: 고쌤의 인생 2막 <생태교육 강사>

고쌤은 2023년 명예퇴직 동기이다.


현직에 있을 때 생활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만든 <돌봄치유교실>이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인정은 보약이고 비교는 독약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송 00 선생님이 주도하여 20여 년 전에 만든 카페로 생활지도, 생활교육, 학교폭력예방, 사안처리,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등에 관한 현직, 퇴직 교원들의 교육 정보, 노하우를 나누는 커뮤니티이다. 회원수는 1만 명을 넘고 있고 활동을 주도하는 스텝 교사들이 30여 명이 있다. 나는 4명의 초등 스텝 중 한 명이다.


중등 스텝인 고쌤과는 퇴직 동기이다. 중등교사로 34년을 재직하고 나와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이유로 퇴직을 했다. 현재 방송대 농학과 4학년으로 평생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원래 <나무의사>를 지망했는데 합격하기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초등, 중등학교 <생태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5월 20일(월) 고쌤에게 전화가 왔다. "황쌤, 초등학교 생태교육 강사 자리를 알려주어서 고마워요. 서울시교육청 구인구직 포털을 모르고 있었는데, 생태교육 강사 공고문을 알려주어서 오늘 교육을 시작했어요. 퇴직 후 무료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숲 속 생태교육>을 하니 나도 신났어요.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고 고맙다고 전화했어요~"


정말 반가웠다. 작년 1년 동안 설득한 보람을 느꼈다. 작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학교이야기, 퇴직 후 인생 이모작 이야기 등을 수십 차례 나누었다. 작년 9월부터 3개월 기간제교사로 갔던 장월초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고쌤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전문가로 유명했던 분이어서 2학기 학폭 전담조사관 추가 모집에도 지원하라고 유혹(?) 중이다. 교원 출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퇴직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현직에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했다. 후회, 무기력감, 자책감,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자책하면서 울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3개월의 기간제 교사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올해는 탁구 강사, 도덕 강사, 학폭 조사관의 <3 JOB 프리랜서>라며 자랑하고 다닌다. 너무 떠벌려 가족들이 시끄럽다고 말할 정도이다. 위 3가지 일은 현직에 있을 때 좋아했던 탁구, 담당했던 일을 확장한 것이고 도덕 강사는 도전한 일이다. 특히 도덕 교과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담임교사로 일주일 1번밖에 지도하는 도덕 교과서를 분석하고 지도서를 살펴보는 것을 게을리했다. 심지어 사회나 국어 교과에 통합하여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부끄럽다.

탁구 강사일은 너무 신난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강사 수당을 받으니 더욱 좋다. 현직 때 아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면서 실패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철저히 인성교육과 접목시켜 가르치기 때문이다. <존중, 배려>를 외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 브런치 글에 쓸 예정이다.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이 있다.


브런치 글을 쓰게 된 것도 <글 읽기>를 좋아하는 나의 취미를 확장한 것이다. 몇 년 동안 밴드,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언제까지 남의 글 읽기만 할 것인가? 너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니?'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 2권의 학교폭력예방 책을 출간한 때도 있는데... 또한 2024년 5월 1일(수) 8권의 에세이를 출판한 김양홍 변호사를 만난 것은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선생님도 에세이를 쓰세요. 과거에 책도 썼던 분이니 더욱 잘 쓸 수 있어요"하면서 김변호사가 에세이를 쓰고 출판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학폭 조사관 일은 현직 때 생활부장을 오래 한 경험을 확장한 것이다. 올 2월에 모집 공고문이 나왔을 때 긴 시간 고민하고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사관 일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지원한 것이다. 위촉 봉사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6번의 중학교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면서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교원 출신이 거의 없어 아쉬움도 컸다.


도덕 교과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성교육을 정면으로 다루는 과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5, 6학년 학생들에게 "얼마나 중요하면 1주일에 1시간 밖에 없겠니? 보석이나 다이아몬드는 잘 보이지 않잖니? 심지어 장롱에 숨겨놓잖아!"라면서 중요한 과목임을 상기시킨다. 도덕의 한자말을 설명하면서 말이다. <덕으로 가는 길>, 즉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우는 과목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자유로움 속에 기쁨이 있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본인이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강사료로 보험료를 납부하니 좋다.

올해 세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매일이 기쁘고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출근 스트레스가 없고 일을 준비하면서도 즐겁다. 또한 일을 마친 후 보람도 있다.


이런 나의 이야기들을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광고하듯이 떠들고 다닌다.



고쌤의 나무사랑K-식물 생태

https://m.cafe.naver.com/treelovek/292


돌봄치유교실 : 네이버 카페 (naver.com)


돌봄치유교실 : 학폭 전담조사관 경험 https://cafe.naver.com/ket21/17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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