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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May 19. 2024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11회: 감정 조절에 관하여

<감정 조절>은 어렵다.


초등 5학년 2단원 도덕 교과서는 마음 훈련, 심리학에 관한 내용이다. 외부의 자극에 따른 반응이 <감정>이고 감정은 <욕구>를 불러온다는 내용이 있다. <자극-반응>, <감정-욕구> 이렇게 세트로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순차적으로 아니면 반대로 일어나기도 한다. 욕구가 만족되면 긍정적 감정이, 반대로 좌절되면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응이 부정적이면 폭력적 행동이 일어나기 쉽다. 이럴 때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감정 조절>이다. 더나아가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SEL(Social and Emotional Learning)개념으로 확장된다.


또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적 감정인 <화>, <분노>, <짜증>, <당황> 등은 나쁜 것이 아니고 <기쁨>, <행복>, <만족> 등의 긍정적 감정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인간은 부정적 감정보다는 긍정적 감정을 선호한다. 그러나 부정적 감정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맹수를 만나거나 재난이 닥쳤을 때 부정적 감정이 없었다면 위험에서 탈출하거나 극복하는 행동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 감정에만 빠진다면 지금 같은 문명은 이루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감정 조절>은 어렵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머릿속 생각이 가슴에 닿아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 생각, 철학이 행동으로 이어져 개인이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도덕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르치면서 수십 번 <감정 조절>의 구체적 방법인 <마음신호등 3단계>를 외쳤던 내가 막상 실제로 큰 문제가 닥치면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지난 주 화요일 백팩 분실 사건을 겪으면서 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식적이었는지 깊이 깨달았다. 너무나 당황하여 우왕좌왕하고 제대로 대처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여교사인 5학년 부장은 여자 화장실 1~4층 까지를 전부 확인했다. 나는 남자 화장실 등을 확인했지만 백팩이 보일리가 없었다. 애초에 백팩은 학년연구실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부장이 CCTV를 확인하자는 말이 없었다면 경찰을 불렀고 나는 더 큰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정말 미안했다. 지금도 미안하다. 앞으로도 미안할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 학교에 가서 작은 사례를 하겠지만 그것으로 5학년 선생님들의 황당스러웠던 부정적 감정을 씻어낼 수 있을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진짜 공부가 된 느낌이다. 이론으로 빠싹하게 알았어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알았다. 한 달 전 가르쳤던 <하이네켄 면접>동영상의 주인공은 실제 상황에서 자주 봉사정신을 발휘했을 것이다.


5학년 선생님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빌 뿐이다.


참고: 사회정서학습 기반 인성교육의 이해_1부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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