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May 13. 2024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9회: 2024년 5월 13일(월)

<내 안의 화 알아차림>


퇴직 1년이 지난 요즘은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내 의지로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 3~5시 사이다. 보통 식탁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브런치 글을 쓰거나 목, 금에 있는 사대부초 도덕 수업을 준비한다. 


브런치에 글을 시작한 지가 1달 이상 지났다. 이 글이 벌써 9회 째이니 꾸준함의 미덕이 이런 것인가 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이 누구라도 알지만 이렇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공자님 말씀에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라는 문장이 있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지만 나는 때때로 라는 꾸준함을 이 문장에서 읽고 싶다. 즉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이 1편씩 쌓여 9회를 넘어 10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흡족하다. 


글쓰기가 즐겁다.


내 마음의 화, 분노, 찌꺼기, 아쉬움, 후회, 기쁨, 행복 등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인 것 같다.

80대 노교수 라종일과 작가 김현진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글을 모은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책에 아래 글귀가 있다. 라종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상처, 자책, 후회를 치료하는 것은 글쓰기라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되돌아보고 글 쓰는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나지막이 말한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나 보다. 2016년 나의 첫 번째 책인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해요?'를 쓸 때 글 쓰는 것이 고통이었다. '머리를 쥐어뜯는다"라는 표현이 알맞다. 글을 억지로 쓰게 되면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문장에 알맞은 낱말, 문장, 단락 등을 억지로 꿰맞추어야 하는 고역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 나의 브런치 글쓰기는 고통을 넘어서는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상처 주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는 희망을 본다.


글쓰기는 내가 살고 싶은 인생 2막의 마중물이 것이다.


어제 아침 00 초등학교 수석교사 양 00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내 안에 화가 가득 차 있음을 지적받았다. "선배님, 마음속에 화가 가득 차있는 것이 느껴져요,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제가 알겠어요. 대기업에 취직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는 딸에게 화가 나 있어 보입니다. 초등교육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교육감을, 교장을, 주변 교사들을 미워하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선배님의 화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에 초등학교 때 통지표를 보고 1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초리를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어머니는 학교 근처에는 가보지 못한 무학이었다. 왜 그런 기억을 떠올렸을까? 


어젯밤에는 나의 절친인 이 00 교장을 만났다. 주고 싶은 물건이 있어 사대부초 마크가 찍힌 쇼핑백에 책 1권과 목에 좋은 한방 캔디를 들고 만났다. <변호사 김양홍의 행복발전소>라는 수필집인데 신앙, 일, 가족, 삶에 대한 통찰을 담담히 기록한 책과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을 위한 사탕을 건넸다. 김양홍변호사는 내가 미리 구입한 책을 보고 독자가 직접 구입한 책에 사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여분으로 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글쓰기는 즐거운 놀이라는 말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변호사 김양홍의 행복발전소>는 삶에 대한 지혜를 가득 담은 참 좋은 책이다.


이 00 교장과 퇴직 전 학교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4년 간의 교직생활, 아이들, 동료교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십몇 년 전에 사대부초 근무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이 00 교장과 아내는 기억을 한다. "너 같이 열정적인 성격이면 사대부초에 근무하면 좋겠다. 한 번 전출을 생각해 봐!"라고 말했단다.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이야기 중에 함께 근무했던 00 교장, **교장 등에 대한 비난을 하니 "친구야, 다 지난 일인데 아직도 너 속에 화가 가득 차 있어 보인다. 너는 알고 있니?" 하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새벽에 통화했던 양 00 수석교사의 말과 같은 내용이다.


나의 열정은 결국은 화였던 것이다.


이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인정욕구>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한 <화>가 열정으로 보인 것이다. 이 문장을 쓰면서 노트북 화면의 커서가 깜빡거리는 것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내 마음속의 화, 분노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아이들 교육에, 나의 말과 행동 속에, 가족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덕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특히 5학년 2단원의 <내 안의 소중한 친구, 마음> 수업을 준비하면서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을 제대로 깨달았다. 또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다만 사람과의 관계와 주변 상황을 생각하며 표현하라는 것을 알았다.


5학년 도덕 2단원은 <감정조절>에 관한 것이다. 

단원 내용에 <멈추기(감정 알아차리기, 6초 기다리기)-생각하기(결과, 상대방 입장)-표현하기(나의 감정을 부드럽게, 때론 단호하게)>라는 <마음 신호등 3단계>를 여러 차례 아이들에게 강조했다.


도덕을 가르칠 수 있어 참 좋다.



이전 08화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