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부부

by 하늘위로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연애결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 시절에 서로를 만나 혼인을 한 서재훈 할아버지와 김이분 할머니는 1년 남짓 연애를 했다. 두 분 모두가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정하는 일인데, 사계절은 함께 만나보고 결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서, 5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주위의 압박은 굉장했다. 급기야 부부금슬이 좋으면 아이가 안 생긴다며, 잘 지내지 말라는 몹쓸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굉장히 무례하고 못된 말이지만, 부부를 위한 말이라며 모진 말들과 민망한 말들을 여과 없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서재훈 할아버지는 참지 않았다. 모욕엔 모욕으로 대응했다. 상대는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 억울해했다. 김이분 할머니는 화가 날 겨를이 없었다. 평생의 단짝이 늘 제 편이었다. 다행히 양가에서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금 늦어도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김이분 할머니의 모친만은 늘 안절부절이었다. 생각이야 같았지만 혹시나 사돈댁에서 아쉬워할까, 그 때문에 딸이 사랑받지 못할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양가 역시 그 시대에 맞지 않게 각각 아이 하나와 둘을 낳아 길렀다. 일찍이 자녀계획을 했던 것이다. 결국, 김이분 할머니의 폐경이 찾아올 때까지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모른다. 혹시나 누구의 문제라고 이야기를 듣는다면 한쪽이 미안해할까 할아버지는 검사를 받지 않겠다 했다. 물론 둘 다 아무 문제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력하는 과정들이 부부를 힘들게 할 것임을 알았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던 해, 긴 시간 대화한 부부는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아이가 생긴다면 둘까지만 낳아서 기른다. 그러나 지금은 평생 아이가 없는 걸로 생각하고 아이 없는 가족으로서의 삶을 산다. 그렇게 정했다. 양가는 부부의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살면서 아이가 주는 행복은 느끼지 못했지만 부부의 삶은 대체로 행복했다.

단, 그날 할아버지는 아주 잠깐 후회했다. 아내를 만나 평생 행복했지만, 이런 비극적인 죽음은 남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까...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갑작스레 떠나게 되니 의지할 이 하나 없는 아내가 걱정스럽다. 평생을 둘이서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 상실감을 홀로 이겨낼 수 있을까, 죽음의 말미에 할아버지는 자신의 죽음보다 오직 그녀의 감정만이 염려되었다. 그래도 의식이 육체를 떠나기 직전, 할아버지는 생각했다. 그녀를 믿는다.라고.


'김이분, 무탈하게 잘 살아가기를... '


그것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유언이었다.





이전 04화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