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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황규 Hubert Mar 26. 2021

10장. 에필로그

#10-1 저녁식사

#10-1 저녁식사 


'15년 6월 필자는 세명의 최고의 IT 전문가들과 식사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발 프레임웍인 스프링 프레임웍(Spring framework)을 만든 로드 존슨(Rod Johnson), 지속적인 딜리버리(Continuous delivery)라는 개념을 최초 정리한 제즈 험블(Jez Humble),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쏘트웍스(ThoughtWorks)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배포를 스테이지 별로 하는 디플로이 파이프라인을 실제 최초로 구현하고 콘셉트를 정리한 팀 브라운(Tim brown)이었다. 

[왼쪽부터 제즈 험블, 로드 존슨, 팀 브라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야구장 옆에 위치한 나마스시라는 일식집에서 왁자지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필자는 미국에 있었다. 회사 출장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3개월, 산호세에서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일을 하면서도 가급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점심을 먹고 저녁을 함께 했다. 


예전에 알던 친구에서부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연락해가며 계속해서 만났다. 베이 에리어(Bay Area: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 오클랜드까지의 지역을 뜻함)는 네트워킹이 너무나 자유로운 곳이었다. 책과 동영상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정말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필자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리기도 하고, 서로 배울 수도 있었다. 이 만남들을 통해 필자 스스로도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식사를 할 때는 늘 필자가 먼저 샀다. 그래야 다음번에도 이 사람을 다시 만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많은 전문가들을 두 번 이상 만났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먼저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일을 잘하는데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 투명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내가 하는 말에 공감해주고,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예를 들어, 린스타트업을 창시한 에릭 리스(Eric Ries), GE의 프로세스 혁신의 조력자 데이비즈 블랜드(David Bland),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를 정리한 크리스 리차드슨(Chris Richardson), 백악관에서 퍼실리테이션 강의를 하는 제이슨 프레이저(Jason Fraser), UX를 위한 린스타트업 저자 로라 클래인(Laura Klein), SaaS 버전 CD 툴을 만든 바드리 자나키나만(Badri Janakinaman), 이노베이션 게임을 정리한 루크 호먼(Luke Homman), GE의 프로덕트 매니저 리샵 툴산(Rishab Toolsan), 트위터의 애자일 코치이자 산호세의 애자일 밋업 리더 룩 라우(Luk Lau), 쏘트웍스의 CCO(Chief Capability Officer) 채드 워딩턴(Chad Wathington), 쏘트웍스의 품질 리드 컨설턴트 비펄 가그(Vipul Garg), 쏘트웍스의 엄청난 개발자 크리스 곤잘레스(Kris Gonzalez)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 크리스탈 안(Crystal Ahn), 제즈 험블과 팀 등이었다. 


이들 중 제즈 험블과 팀 브라운과는 과거로부터 특별한 있었다. 이들을 알게 된 것은 '13년이었다. 제즈는 정말 프로페셔널리즘이 강한 사람이었다. 당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서 달리다 넘어져 무릎뼈가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응급처치만 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는 나를 만나, 당시 지속적인 딜리버리(CD)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내게 이 패러다임이 얼마나 중요하고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왜 이 개념의 실천이 필요한 지, 그리고 그것이 회사의 문화와 어떻게 엮여 움직이는지를 정말 열심히 설명했다. 


팀은 세 번 정도 만났는데, 늘 내가 하는 일에 큰 조력자였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주기 위해 늘 애썼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늘 그 만남들 한순간 한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제즈 험블과 팀 브라운]

필자는 '15년 미국에 있는 동안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당시 제즈는 오클랜드에, 팀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었고 그들에게 연락한 지 2개월 만에야, 제즈가 드디어 시간이 났다며 저녁을 함께 먹자고 먼저 연락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제즈가 한 시간 정도 전에 전화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부탁을 했다.  


제즈: “휴벗, 정말 미안한데 혹시 내 친구 한 명을 데려가도 될까? 함께 만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제즈 같은 사람이 초대할 만한 사람이면 필자도 함께 만나고 싶었다. 


필자: “물론이지.” 


제즈는 팀과 함께 나타나면서, 40대 말~50대 초 정도로 보이는 개발자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나는 제즈에게 물어봤다. 


필자: “이 사람 누구야?” 

제즈: “휴벗, 이 사람 몰라?”

필자: “응?”

제즈: “스프링 프레임웍 만들었잖아.”

필자: “!!!!” 


그렇게 나는 로드 존슨, 제즈 험블, 팀 브라운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로드 같은 경우는 처음 만났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 스프링을 쓰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당시 로드와 함께 나눈 대화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필자:  “로드, 스프링 프레임웍 왜 만들었어요?”

로드: “응?”

필자:  “그거 일하느라 바빴을 텐데, 굳이 그런 거 만들어서 오픈소스로 뿌린 이유가 뭔가요?” 

로드: “아.. 그거. 내가 30대가 막 넘어가는데, 어느 날 이런 고민이 드는 거야. 아, 시간도 남는데 좀 무료하다. 혼자 그냥 뭐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

필자:  “그게 이유의 다야?”

로드: “응.”

필자:  “나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될 줄 알았어요?”

로드: “아니 뭐.. 많이 쓰나?” 

필자:  “우리 회사에서만 3천 명 쓰는데?”

로드: “(씩 웃으며) 그래? 사람들이 좋데?”

필자:  “당연하지! 당신이 만든 게 우리 회사 표준 개발 환경이야.”

로드: “으하하하. 그래? 나 한국에 너네 회사 가봐도 돼?”

필자:  “내일 같이 가까? 로드가 우리 회사 오면 스타야. 우리 회사 사람들이 당신 손 한번 잡아보자고 한 뒤, 앞으로는 손 안 씻는다고 할걸?” 

로드: “으하하하”

(그날 로드는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참을 돌아갔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자를 내가 살던 집까지 데려다줬다.)


아무튼 즐겁게 식사를 마친 후, 팀이 2차에 가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부근 어딘가에 있는 바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2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술을 함께 마셨다.


난 그날 술에 거하게 취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복잡한 심경을 이 형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  “내가 계속해서 애자일 관련한 일을 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데,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어. 벌써 10년째인데, 정말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도 모르겠고... 한국에서 애자일이 희망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확실한 게 없어. 힘들고 답답해. 요새 생각이 드는 게,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이러한 반응에 대해  팀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팀: “휴벗아(필자의 영어 이름), 이 말은 진심에서 하는 말인데. 난 너 같은 미친 사람은 처음 봤다. 10년간 이렇게 큰 기업에서 애자일을 한다고 하고 아직도 거기에 있다니… 그리고 심지어 그 일을 계속 가치 있게 하고 있잖아.”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팀: “내가 살아보니까.. 인생에 갑자기 무슨 일이 있을지 정말 알 수 없더라. 휴벗아.. 정말 넌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게 네가 가진 강점임을 잊지 마. 안 그래? 로드? 제즈?” 


그리고 팀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팀이 어렸을때부터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이루려고 노력했는지.,, 


로드: “응, 맞아. 네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야. 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응원하고 싶어. 힘들 거야. 힘들 거지만 가치 있는 길이야.”


제즈: “나도 동의해. 포기하지 마. 곧 네가 하고 싶은 것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나는 당시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그들에게 감사했을 뿐이다. 


이 책은 누구나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대기업에서 실력없는 개발자로 입사하여, 15년 이상 애자일 관련 일을 하면서, 애자일 전도사를 거쳐 120명의 애자일 전문 컨설팅 조직의 리더가 되게 된 사례들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 긴 글들을 통해, 여러분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애자일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을 시도하는 분들께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들려드리고 싶다. 


"당신이 하는 일은 가치가 있고, 그래서 당신의 특별한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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