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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Sep 22. 2023

일상에세이#9. 좋아하는 일에 돈을 들이기로 했다.

필라테스를 하다가 문뜩 생각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되었다.

캐딜락에 매달려 나는 다짐했다.


'효율적'이라고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들인 노력에 비해 얻은 결과가 큰 것'이라고 나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효율적이라는 말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많이 바라보았다.

내가 들인 노력에 시간과 나의 에너지는 제외하고 내가 들인 돈에 비해 결과가 좋으면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믿었다.

공부를 할 때에도 학원에 의지하기보다 밤을 새워서라도 내가 해 내야 한다고 믿었고


결혼을 해서 살림을 하거나 이사를 하며 인테리어를 할 때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비효율적 혹은 낭비라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어떤 시작으로

나는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사실은 도움을 받고 싶었고 비용을 쓰고 싶었던 것 같긴 한데

내가 해야만 한다고 해 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나의 에너지

나의 감정

.......


내 마음이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한다는 의무만 있었다.

재미가 없었다.


육아

살림

아이들 교육

나의 공부



운동도 그랬다.

맨손운동이나 하자.

걷기나 하자.

집에서 스트레칭도 제대로 안 하면서 무슨 운동을 돈 주고 배우냐.


그러다 점점 나빠지는 건강에 안 되겠다. 지금은 살자 싶어 이 운동 저 운동을 시도해 보았고

필라테스는 참 재미있었다.


처음 시작은 개인으로 시작했지만

1:1로 필라테스를 하는 비용이 부담돼서

그룹으로 바꾸었지만 그만두지는 않았다.


점점 몸에 익숙해지자 재미가 있었다.


어제는 그룹레슨시간이었지만 나 이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어쩌다 1:1 레슨이 되어버렸다.

선생님은 혼자 하는 날이니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보자며 캐딜락 기구를 다루어 주셨다.


행운의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팔과 복근의 힘으로 공중에 매달렸다.


아 그래 돈을 써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이렇게 하나씩 레벨업이 되는 거다.

무조건 혼자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네가 50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데

100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게 해 주고 조금씩 발전해서

어느 날은 60이고 70이고 만들어서

완성하는 경험을 해주는 거다!!!!!!!


그리고 다짐했다.

자본주의 시대 돈을 쓰고 배우고 돈을 벌고 그렇게 피가 흐르듯 순환하며 사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며

권리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라는 것을!


비록 경제적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에너지총량은 아껴주는 것이고


더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결국에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이런 걸 다 떠나서 삶의 재미를 안겨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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