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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ug 02. 2024

401호 대학교 선생님

가방 멘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동 앞에는 아파트 작은 도서관이 있다.

안에 정수기도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에어컨도 빵빵 나오고 겨울이면 바닥도 따뜻하다. 

어린이 만화가 있는 책장 앞에는 빈백도 두세 개 있어 그 자리는 늘 자리전쟁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놀이터 바로 앞이라 놀이터에서 놀다가 자주 들어온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반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우르르 데리고 들어갔다가 그날 밤 폭풍잔소리를 들은 후로는 더더욱 도서관으로 온다. 도서관도 우리 집처럼 2층이다. 약간 비스듬히 보이긴 하지만 우리 집 안도 다 보이는 도서관이다. 나는 가끔 도서관 책상에 앉아 우리 집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리 집이 넓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날도 있다.

나는 대부분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도서관관장님을 만나는 날이면 얼른 나가고 싶다.

안경 쓰고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관장님은 말도 무지 많으시다.


"안녕잘지냈니단비야.새로책들어왔는데한번보겠니?관장님이큰도서관가서빌려온거야.푸른사자와니니읽어봐이거진짜꼭읽어봐야하는도서야.언니는왜안오니엄마는요즘왜안오시니엄마요즘어디아프냐책빌리러자주오셨었는데안오시는거같다.아빠는여전히퇴근이늦니주말에라도아빠랑같이와서책읽더니아빠까지안보이시네.친구들이랑와서만화책보고물만마시지말고이것저것더많이읽어보아라."


머릿속이 핑핑 도는 것 같아 관장님이 들어오시는 소리에 살금살금 숙여 나가려던 찰나! 관장님이 부르신다.

"단비야!"

들... 켰... 다...

"인사해!"

나는 누구신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은 바로 폭풍랩을 이어가셨다.

"4층에 사는 교수님이셔! 우리랑 같은 5동인데 자주 못 뵈었지?"

교수님은 왜 그러냐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으로 얼굴이 빨개지셨는데 관장님은 이어갔다.

"응 관장님 친구인데 저기 큰 대학교 알지? 거기 교수님이셔!"

"교수님이요?"

"응 교수님 알지? 대학교 선생님!"


나는 교수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특별히 그 말의 의미를 알고자 했던 적이 없었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따로 교수님이라고 하는 줄도 몰랐다. 우리 엄마는 분명히 선생님이라고 하는 게 맞고 교수는 직업이라고 했었는데 교수님이라고 하는구나...


하여튼 수다스러운 관장님 덕분에 나는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1 되었다.


4층에 매일 배낭을 메고 다니는 아저씨 아줌마가 신기했는데 늘 내가 방과 후가 끝날 시간 즈음인데도 집에 오셔서 이상했는데 대학교 선생님이셨구나.


나는 3층 의사 선생님보다는 4층 교수님처럼 일찍 다니는 게 낫겠다는 생각 말고는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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