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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ug 16. 2024

602호 동물농장

강아지가 키우고 싶었지만 이건 아니잖아!

“꼬끼오~~~” 새벽닭이 울었다.


3일째이다.


우리 집은 아파트가 맞다.

닭이 운 것도 맞다.


나는 그 비밀을 안다.

서연이가 비밀이라고 했지만 나는 닭이 우는 바람에 비밀이 비밀이 아니다.


602호에는 유치원 친구 서연이가 산다.

나는 서연이네를 동물 농장이라고 부른다.


그 친구네 집에는 이제는 닭이 되어버린 병아리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햄스터도 있고 

거북이도 있다. 아! 달팽이도 있다.


나는 처음에 그 사실을 모르고 강아지가 귀여워 쫓아갔다.

엄청 작은 강아지인데 이제 열세 살이라 거의 죽을 때가 다 된 강아지라고 했다. 


서연이네 집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맙.! 소.! 사.!


우리 엄마가 봤으면 기겁했을 거다. 

서연이 이모는 이런 게 아무렇지도 않구나……


병아리 똥은 설사똥이다. 몰랐다.


바닥 여기저기 설사똥이 널브러져 있다. 우웩


병아리용 우리도 있고, 강아지 집도 있고, 창가에 고양이 타워도 있고 햄스터용 우리도 있다. 

다들 각자 집이 있지만 햄스터를 제외하고 제자리에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병아리는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달팽이는 거실 테이블 아래에서 발견되고 강아지도 돌아다니고 

고양이도 돌아다닌다. 


서연이네 거실에는 소파나 티브이가 없다. 

우리 집 티브이 둔 자리에 서연이네는 다이소에서 파는 걸 본 적 있는

 플라스틱 서랍장이 있고 거기에 각 동물들의 밥이 들어있다. 

매트가 잔뜩 깔려있고 이불도 몇 개 있고 동물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은 내가 원한 건 절대 아니다.


디즈니 만화 소피아에서처럼 우아~~ 하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건 정말 ‘오 마이 갓’이다.


여하튼 그 ‘꼬끼오’의 주인공은 서연이 이모가 유정란을 사다가 직접 부화기에 부화시켰다고 했다.

이모는 동물도 식물도 좋아하고 그걸 서연이에게 보여주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부화하는 것도 도전해 보신 거라고 나에게 ‘카프리썬’을 건네며 말해주셨다. 

나 오늘부터 카프리썬이 싫어질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카프리썬을 이런 순간 이 분위기에서 건네받으면서 

왠지 카프리썬을 보면 이 지저분한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내가 갔을 땐 노란 병아리가 삐약삐약 할 때였다. 

서연이네가 지저분 하긴 했지만 아파트에 서너 마리의 병아리가 돌아다니는 건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귀여웠다. 

일본 만화 구데타마에 나오는' 피요'들 같았다.

갈색 포메라니안 강아지와 노란색 병아리들이 있는 거실의 모습은 잠시 전래동화 같은 데서 보았던 

옛 초가집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해 병아리는 컸고 

사람들은 소리를 들었고

끊임없이 항의했다.


시끄럽다고


이모도 잘 알고 있었다. 


이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고 서연이는 정이 들었다.


하지만 서연이네 아빠는 무진장 화가 났고 이모는 당근마켓에 그 병아리를 데려갈 사람을 구했고

'피요'들은 이모네 집에서 시골집으로 떠나갔다.


진짜로 알에서부터 부화시켜 둥지를 내보낸 이모는 그 병아리들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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