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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ug 23. 2024

802호 최준우

운빨존많겜고슈최준우

내 눈앞에서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최준우다.

정말 싫은 애다.

남자들은 다 싫은데 정말 얘는 최악이다.

같은 동에 살기 때문에 만날 일이 많고 학교가 끝나고 영어학원 가기 전에 집에서 간식 먹고 가려고 들르면 꼭 마주친다.


근데 항상 하는 행동이 똑같다.

막 뛰어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잡고, 내 눈앞에서 닫힘 버튼을 누른 뒤 메롱을 하고 사라진다.


원래부터 같이 탈 생각도 없었는데 정말 짜증이 하늘 끝까지 솟는다.

 차라리 내가 엄청나게 무거운 계단 문을 열고 집에 올라갈지언정 쟤랑은 같은 엘리베이터 타기 싫다.

그런데도 꼭 그런 짓을 한다.


근데 나는 또 그게 약 오른다.

약이 오르는 내 모습도 싫다.


엄마에게 와서 이르면 엄마는 걔가 널 좋아해서 그런다고 말한다.

그것도 싫다.

좋아하는 것도 싫지만 좋아한다고 말하는 엄마도 싫고

만약 좋아한다고 해도 그런 식의 행동의 유치함도 싫다.

어른들이 그런 행동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여하튼 싫은 게 투성인 걔는 8층에 산다.


나는 모든 게 다 싫은데 엄마들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지 모범생 같아 보인다고 했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반장선거에도 나왔고 반장선거에서는 온갖 착한 말을 했지만 나는 안다.

쟤는 욕을 많이 한다.

선생님이 안 계신 쉬는 시간이나 모둠활동을 하는 중간중간에

정말 어디다 이를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욕을 한다.

사실 언니친구들은 욕하는 언니오빠를 많이 봤지만 아직 3학년이 욕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쟤는 욕을 많이 한다.


얼마 전 학교 하이클래스를 보고는 나는 정말 기겁할 것 같았다.

정말 이상한 아이라는 건 알았지만 진짜 이 정도로 뻔뻔하고 이상한 아이인 줄은 몰랐다.


얘 아이디가 '운빨존많겜고슈'인 거다. 숙제 완료 댓글에 운빨존많겜고슈최준우라고 쓰여있다.

나는 이게 우리 반 방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선생님이 보시는데 이런 이상한 말이 쓰여있는데 창피하지 않은가?


엄마 한데 운빨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행운이 따르느냐 아니냐 그런 거라고 설명을 해주셨고 존많겜이 뭐냐고 했다가는 엄청 혼났다.

저 녀석 때문에 나는 혼났다.


나중에 엄마가 보시고 얘가 그 8층아이 맞냐면서 너무 어이없어했다.

아빠가 보더니 게임아이디 인가보다 하고 찾아보시더니 저런 이름의 앱이 있다고 했다.

아휴 어쨌든 이상하다.


다음 날은 담임선생님이 얘를 불러다가 당장 아이디를 바꾸라고 혼내셨다.

도대체 최준우네 엄마는 뭘 하신 걸까? 정말 저걸 모르셨나?


하여튼 저 녀석 때문에 오늘 우리 반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다.


같은 반인게 정말 싫다.

같은 아파트 단지인 것도 싫다.

게다가 같은 동이라 더더욱 싫다.


싫다 싫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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