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8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처음에는 그냥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 내가 손을 내밀자, 살짝 움츠리는 듯하더니 이내 천천히 다가와 손끝에 냄새를 맡는다.
“더럽게 뭐하는 짓이여?”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쪽으로 다가오는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쫓는다. 갑자기 의미를 잃어버린 손은 멍하니 한 동안 허공에 머무른다.
“아저씨도 길고양이한테 함부로 정주고 하는 거 아니여.”
아주머니는 손을 내밀고 있는 내가 보기 불편한지 나에게도 한 소리를 하고 지나간다. 저만치 인영이 희미해질 쯤되어서야 나는 그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가운데 중지를 쏙 하고 내민다.
“내 맘 이사.”
갑자기 하늘이 흐릿해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출근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서둘러 발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뉴스에서는 스콜성 폭우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약 2분 사이에 옷이 홀랑 젖어버렸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 방울이 집 안 바닥에 떨어진다. 샤워를 하고 잘 말려놓은 수건을 꺼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밖에서 만난 고양이는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회색털에 노란 눈동자가 예쁜 아이였는데. 넓은 집은 아무도 없다. 조용히 들어오자마자 틀어놓은 뉴스만이 방안의 빈 공간을 메운다. 한 기자가 나와서 비를 맞으며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예전에 눈이 많이 올 때도 어깨 위에 눈을 쌓으며 현장을 전했던 그 기자다. 방송국은 이런 날씨에만 저 기자를 내 보내는 듯하다. 자세히 보니까 그 기자가 있던 동네가 익숙하다. 우리 집 근처였다. 저 멀리 기자가 전하는 속보 화면 밖에 회색털의 그 고양이가 잡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차량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그 녀석이다.
“그래도 알아서 잘 피하네”
기특했으며, 뭔가 나랑 다르게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아마 꽉 물어버렸겠지?”
그 말을 하면서 조금 전 고양이에게 내밀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이미 알게 모르게 여러 번 할퀸 흔적이 많았다. 이상하게 동물들은 나만 보면 물어버린다. 어릴 때도 친구 따라 강아지를 만지려고 했는데, 나만 물어버려 운 적이 있다. 그때 강아지 주인인 엄마는 정말 우리 엄마한테 싹싹 빌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날 이후, 강아지 주인인 친구는 학교에서도 날 멀리하는 듯했다. 그리고 졸업을 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우리는 각각 다른 학교로 진학을 했다. 한 번은 애견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소개팅을 하러 갔는데, 하필이면 애견카페로 동네에서 유명하던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소개팅녀랑 이야기하면서 다리만 네다섯 번은 물린 것 같았다. 내가 개에게 물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래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결국 우리는 사귀었지만, 그녀가 고양이를 입양하고 나서 우리는 헤어졌다. 이유는 고양이가 나만 보면 하악질을 한다는 거다. 이렇게 종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미움을 받는 존재는 또 없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을 켠다.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했다.
“열대성 기후로 변한다라… 그럼 거북이나 키워볼까”
검색창에 여러 반려 거북이들이 나왔다. 이것저것 조사를 하며 분양을 받는 방법까지 모두 깨쳤는데, 혹시 몰라, ‘ 거북이 물림‘이라고 검색을 했다.
살점이 떨어지고, 웬만한 반려동물한테 물리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나왔다. 하지만 좀체 잘 물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블로그에 쓰여있었다.
‘좀체 잘 물지 않는다’ 그 말은 즉, 물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안 물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동물로부터 미움을 받는 나로서는 100% 물린다고 봐야 할 듯하다.
“안 되겠네, 그냥 금붕어나 키워야지.”
그러고는 컴퓨터를 닫았다. 하늘에는 구멍이 난 듯한 큰 폭우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외로움도 비의 무게만큼이나 점점 더 크게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