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비트'이후로 정우성은 멋지지 않은 적이 없었고, 잘생기지 않은 적도 없었다. 20대의 청년 정우성은 꼭 정우성처럼 나이를 먹어서 40대 중반의 정우성이 됐다. 하지만 '비트'의 정우성이 약 20년 후, KBS의 정상화를 말하며 ‘본진 폭파’를 감행하고, 파업에 참가한 KBS 직원들에게 직접 지지의사를 밝히는 한편, 로힝야족의 참상에 대해 알리는 동시에 정치인들을 패러디하며 화제에 오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멋진 남자 정우성이 새삼 신선한 느낌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어쩌면 정우성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정우성이 과거에 한 인터뷰들을 살펴보았다. 지금의 정우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들을 찾았다.
정우성이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건, 그의 어릴 적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09년, ‘씨네21’의 ‘김혜리가 만난 사람’ 코너 인터뷰에서 그는 학교에서 자퇴를 하면서도 미리 어머니를 설득했었다며 ‘거짓말’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기 초에 담배 피우는 애들 손들라고 할 때도 손을 들었어요. 선생님을 속이는 것도 싫고 해서요. ‘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랬어요. ROTC 출신 젊은 선생님이었는데 도와주겠다면서 임시반장도 시켰어요.”
“같이 고교에 진학한 친한 친구가 학교에 전혀 적응을 못했어요. 선배들과 싸우고 찍혀서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면서 그 친구가 학교를 결국 그만뒀어요. 그리고 저도 그 애 없이 혼자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외로웠고 한편으로는 학교에 있는다고 뭐가 될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여름방학 끝나고 엄마를 모시고 학교에 갔어요. 도저히 못 다니겠으니 다른 걸 선택하겠다고 엄마를 설득했어요. 며칠 안 걸렸어요. 거짓말하는 건 어려서부터 싫어했으니까.”
“세상이 무섭거나, 일이 무섭다는 생각이나 단어를 개입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가족이 돌봐주거나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교에서 잘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 혼자 세상에 튀어나와 살아왔다. 최선을 다하다가 지갑을 잃어버리면 그때의 운이지 그렇다고 내가 죽을 일은 아니니 어떤 일이 닥쳐도 하나씩 받아들이고 가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 2014년 12월 '아레나 옴므 플러스' 인터뷰
정우성이 오랜 절친인 이정재와 지금도 서로 존댓말을 한다는 사실 또한 유명하다. 그는 인간 관계에서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2014년 패션전문지 ‘GQ’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의는 언제나 중요하다. 불필요한 자존심 때문에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한두 번 보고 나이 많다고 ‘야자’하는 사람들은 정말 별로다. 나는 인격을 바탕으로 평등하게 대한다. 원래 좋은 건 따분하다. 다들 왜 좋은 역할만 하느냐고 묻는데, 좋은 게 진짜 좋은 거 아닐까? 좀 재미없어도, 나쁜 걸 멋지게 꾸밀 필요는 없다.”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우성이기 때문에 그는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는 지난 2016년 10월, ‘조선비즈’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코너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바 있다.
“존중을 모르는 사람을 혐오합니다. 상대를 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기 욕심만 차리는 사람이지요. ”
전 국민이 정우성을 다시 사랑하게 된 건, 지난 2012년 12월, MBC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였다. 당시 정우성은 과거의 연인에 얽힌 오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가 굉장히 어렵게 이야기 한 게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았느냐라고만 질문한다. 기사가 나기 전 이미 그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했고 상대에 대해서는 파리 여행에서 이야기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본인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이제 3개월 만나 사람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겠느냐. 그 친구도 저란 사람을 만나 천천히 이야기하려고 했던 터에 기사가 먼저 터지니 기회를 상실한 것이었다. 그 친구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절을 다 지킨 것이었다.”
“유언비어와 관료주의, 직급에 연연한 사람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총대를 메는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시야가 넓은 사람도 없다. 대신 눈치만 본다. 게다가 누군가는 이렇게라도 문제가 대두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행? 이게 다행이라고? 이건 씁쓸한 거다. 진작 알고 지켰어야 하는데 기자는 기자랍시고 바쁘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한답시고 바빠서 이렇게 됐다. 그 바쁜 이유가 각자 영리만 추구하기 때문 아닌가? SNS나 댓글에 “나라에 어른이 없네요”라고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반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 2014년 5월 'GQ'
지난 2009년, 정우성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호우시절’에 출연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액션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을 연기했다. 당시 제작보고회에서도 정우성에게는 이제 ‘아저씨’가 되어가는 나이라는 점이 언급됐다. 그때 정우성은 역시 정우성 답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지켜가고 있다.
“아저씨 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에 맴돌고 있는데 제가 만약에 아저씨라는 단어를 받아들여야 될 나이면 이제 아저씨라는 단어의 뜻을 바꿔야 되겠네요. 배우로서의 의무감이 그거네요 이제. 완벽한 남자, 멋진 남성 이런 뜻으로 바꿔야겠네요.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정우성이란 '아저씨'는 완벽한 남자가 되었다.
정리: 강병진(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