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목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크seek Oct 28. 2020

함께함이 기쁨이다

[낭만 그리스도인 #8]

[낭만 그리스도인 #8] 함께함이 기쁨이다     

잠비아의 어느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배웅하러 온 아이들. 나는 그들의 기쁨에 참여하며 소중한 환대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written by. 마종하 <딸을 위한 시>

 

  #1 한 영혼이 공동체를 떠나는 건 무척 아픈 일이다. 목회자에게 그리고 그 사람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준 이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떠나는 마음을 억지로 붙잡을 수는 없다. 떠나는 이에게는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며, 남는 자에게도 더욱 성숙해져야만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 리더십의 부조리나 언행 불일치, 채워지지 않는 영적 갈급함, 공동체 가치나 시스템에 대한 반감,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서운함 등 크리스천 청년이나 성도들이 떠나는 이유야 여럿 있을 것이다.      


  #2 가나안 성도뿐만 아니라 잠시 교회 출석을 유보하고 있거나 또 다른 공동체를 찾아 교회 쇼핑을 하는 이들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다(그들을 함부로 비판할 자격이 있는 이도 물론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전에 그들을 품을 공동체의 영적 성숙과 시스템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누구나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지만 주님의 몸 된 공동체에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성장이 없다면 그것은 불순종과 게으름의 죄가 되기 때문이다.        


  #3 결국 교회를 찾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성령님의 임재다.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이 그 말씀을 사모하고, 행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얼굴과 삶 가운데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환대와 기쁨이 넘치는 공동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뜨거운 심령으로 드리는 예배와 아름다운 교제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마음껏 꿈꾸고,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 관계가 너무 건조하고, 형식적이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기존 멤버들의 텃세가 그래, 솔직히 있다. 그래서 공동체를 겉도는 이들은 이들이 얄밉고, 외롭기만 하다.     


  #4 '웨이관'(围观·방관자) 현상이 중국 언론에서 빈번히 다뤄지고 있다. 웨이관의 본뜻은 ‘둘러싸고 구경하다, 에워싸고 관람하다’이다. 최근에는 범죄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것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또한 ‘츠과족’(吃瓜群众)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가하게 수박을 먹으면서 다른 일에 가담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방관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만의 현상일까?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점점 무관심과 방관이 대중 심리의 디폴트가 되고 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안타까운 건 교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비전이 없었다면, 환대가 없었다면, 함께함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5 크리스천이 관계 맺는 방법을 성경 전체에서는 이렇게 아우르고 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솔직히 어렵다. 불가능하다. 사랑하지도 않는 이를 나의 감정과 시간과 물질을 소모하며 사랑하는 것은 보통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 힘으로 비난할 수 있는 것들은 숱하되, 굳이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은 너무 많다. 그래서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함께하게 하옵소서”의 회개 기도와 “함께해도 될까요?”라는 환대의 섬김이 필요하다. 선한 사마리인이 되어야 한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즉 공동체의 약자를 환대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해 감히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세리의 심령이 되어야 한다.      


  #6 사도 야고보는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약 2:13)고 주님의 말씀을 기록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5-17)에서와 같이 말뿐인 위로가 아닌 실제적인 사랑을 나누는 우리의 믿음을 추동한다. 공동체의 온기로부터 소외되어 외로운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난과 격무 그리고 경쟁에 시달리며 기댈 곳 하나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영혼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가진 게 많아도 인생의 공허함 속에서 일탈을 꿈꾸고 타락을 꾀하는 위태로운 삶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담대히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7 목회자로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목회자는 성경을 바르게 해석해 ‘하나님의 뜻이 이러하니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권면하고 때로는 조언해야 한다. 고단하고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내가 선포하는 설교 한 구절이, 심방하며 위로하는 대화 한 마디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울림과 위로가 될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인생을 단 한 순간도 살아보지 못했으면서 몇 십분 간의 짧은 이야기만을 듣고도 마치 정답을 하사한다는 확신에 찬 태도는 얼마나 낯부끄럽고 교만한 일인가. 그래서 한 가지는 꼭 잘 해내고 싶다. 함께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함이 위로요, 기쁨이 된다. 또 소망이 된다.      


  #8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가 단절된 요즘, 크리스천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기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섬기는 교회 공동체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부재 속에 방황하고 외로워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주님께 뜻과 방법을 묻는다. 우선은 크리스천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신앙과 라이프 스토리를 나누는 일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을 대비한 새로운 양육과정과 공동체에 대한 지혜를 간구 중에 있다. 물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하심과 인도하심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한 가지 바라는 건, 주님의 몸 된 공동체에 이 가치가 상실되지 않는 것이다. “함께함이 기쁨이다.” 회복과 소망이 필요한 모든 영혼을, 지극히 작은이에게도 따뜻하게 향했던 관심과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환대하며 안아주고 싶다.  


교회 공동체는 신앙의 가족이다. 목회자는 공동체의 영적 책임을 지는 일에 전력하고, 성도들은 예수님의 삶을 따라 연합함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야 한다.


#공동체 #교회 #청년부 #비전트립 #세계여행 #세계일주 #독서모임 #아웃리치 #구호활동 #구제헌금 #이웃사랑 #아프리카 #아프리카여행 #유럽여행  #자전거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환대가 필요해”, 당신의 공동체에 누군가 방문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