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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는 말에 있지 않고 연습에 있다"

'나의 스무 살 거울엔 잃어버린 네가 산다'

by 시크seek

[M_Book #17] '나의 스무 살 거울엔 잃어버린 네가 산다'


https://www.youtube.com/watch?v=7HBIzGnBq98

어쩌면 이 음악과도 잘 어울릴만한 음악.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데 왜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는 걸까. 자꾸 내 이십 대의 기억이 떠올라 눈이 매워진다. 아주 작은 기적을 기도하며 눈물로 밤을 새우던 교회 대학부 수련회의 순수함, 젊음과 열정만으론 성공할 수 없지만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는 멋진 꿈을 꾸던 친구들,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CD Player로 신승훈의 <가잖아>를 듣다 울던 아재 감성, 과 M.T.때 홀로 통기타를 들고 학우들에게 노래 들려주던 느끼함과 촌티의 콜라보, 선배 따라 처음 방문한 신촌의 <민들레영토>라는 곳에서의 문화 충격, 그 충격 이후 군대 외박 때 팔도 촌놈들로 구성된 대대 군종들을 데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간 대학로 <민들레영토>에서 다시 찾은 낭만, 그때 흐르던 <클래식> OST의 진한 여운, 훈련소에서 몸살에 걸린 나를 대신해 야간 숙영지 텐트를 쳐 주던 전우, 부대장에게 허락받아 새벽 예배를 드릴 때 졸음을 이겨가며 같이 새벽을 깨웠다가 제대하고 여행 중에 만난 전우, 쉬는 시간 잠깐 읽는다는 책에 그만 가슴이 뜨거워져 시험은 망하고 자전거 세계 일주를 결심했던 4학년 1학기 때 한여름 밤의 기말고사, 그리고 기필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겁 없이 북극으로 떠난 그 겨울의 실로 놀라웠던 도전, 서툴고 못난 선택을 했던 때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했던 이십 대의 순간들이다.


차라리 읽지 말 걸 그랬나, 그립고 또 나름 순수했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청승맞게 지금의 나를 자책 중이다. 지금의 나에게 ‘그때의 나는 어딨냐고, 그때의 세상 두렵잖던 열정과 믿는 그대로 꿈꾸고, 성찰하고, 도전하던 순수함은 어딨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이 책은 그때의 나를, 지금은 너무 때가 묻어 변해버린 나를 깨운다. 나의 모습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잠시 먼지가 쌓여 있을 뿐이라고. 아마도 책의 저자를 두어 걸음 떨어져 오래전부터 봐 왔기에, 그래서 신 앞에 진리를 구하고 사랑을 그리며 매 순간 헐떡인 채 세상 속에서 분투하는 그의 여정 속에서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함을 자책함에 차오르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나의 스무 살도 고민이 많았다. 고민이 많아서 잠이 오질 않는 밤의 연속이었다. 잠이 오질 않아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에 귀를 쫑긋 세우다 지쳐 잠이 들면 꿈속에서 하늘을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시절의 저자 역시 나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했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지금 저자의 삶의 결을 보면서 감히 판단하건대 그때의 혼돈스러운 고민이 지금 소망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려 살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Latte is horse.’는 소중하다. 그 시절 계산 없이 온 마음을 다했던 뜨거운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20대의 비망록에는 그 시절의 선명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90년대와 00년대를 질주한 청춘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스무 살에 저자를 만나면서 그때의 나를 보게 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메일 형식의 글은 마치 카세트테이프에 내 목소리를 녹음하던 때의 서툰 그리움이 녹아 있다. 배고파 곧 죽게 생겨도 기타 한 대에 당찬 포부를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열정과 유럽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는 투지에서 세피아 풍의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것은 그 시절 같은 경험을 해본 공감일 것이다.


당신의 스무 살 거울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만나보자. 그리고 지금의 나를 직면해 보자. 다시 가슴을 쫙 펴고, 어깨를 곧추세우는 거다. 우리가 꿈꾸던 시대의 젊음과 열정이 지금 시대의 젊음과 열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명 아름답고, 가치 있으며, 먼 훗날 인생을 추억하며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히 다짐해 둔 게 있다. 쉽진 않겠지만 혹 내 자식이 무언가에 꽂혀서 무모한 도전을 해보겠다고 선언한다면, 나는 아들 혹은 딸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래, 마음껏 도전해 봐. 삶은 해보지 않아서 남는 고통 때문에 괴로운 법이니까. 단, 윤리적인 선은 넘지 않도록. 엄마 아빠를 너무 걱정시키지는 않도록. 너의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될 수 있도록. 그거라면 너의 꿈을 위해 평생을 오지에서 산다고 해도 아빠는 너를 격하게 응원할 거야. 물론 허락은 엄마한테 받으렴.”

<응답하라 1998>을 보는 그때 그 시절의 청춘들은 뜨거워진 가슴에, 눈물을 많이 훔쳤을 것이다. 출처: <응답하라 1998> @reply_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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