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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독서모임에서 만나는 이들

그해 겨울, 우리 마음이 따뜻했던 이유

by 시크seek

크리스천 독서모임에서 만나는 이들


2년 넘게 크리스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할 즈음엔 3명만 모여 소박하게 진행한 때가 있었고, 한 달 기준 최대 28명까지 복작복작 진행한 적도 있었다. 책 한 권에 A4 17페이지 서평을 쓰던 열정 청년과 C. S. 루이스 책을 읽고선 영어로 A4 6페이지 달하는 서평을 깊이 있게 정리한 청년도 있었다. 모 대학 박사과정에서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자매 한 명을 다른 독서모임에서 만난 멤버의 형제(그 역시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때였다)와 연결시켜 지금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을 포함, 두 가정이 탄생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때론 같이 한강 피크닉도 갔었고, 요란하게 생일 축하도 했으며, 카페 문 닫을 때까지 책 내용에 취해 웃고 떠들기도 했다. 인생 책을 만났다며 고맙다는 이와 마음을 나눌 공동체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이의 고백도 감사한 기억이다. 같이 으쌰으쌰 마음을 모아 개척교회 두 곳에 헌금한 보람된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에 직접 참석해 축하해 준 고마운 인연들도 있다.


많은 청년들을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추구하는 신념들은 달라도 예수의 이름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출석하는 교회는 달라도 주님의 꿈을 함께 이뤄가는 귀한 인생들이다. 생각해보면 크리스천 독서모임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사실 아재 감성의 CCM을 들어야 하는데 어쩌다 같은 시절의 발라드를 듣다가 그만 갑자기 감성이 솟구쳐 이 글을 쓴다. 지나간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 새삼 소중해짐을 느끼면서 말이다.)



첫 번째; 그저 감성이 좀 예민한 게 아닌, 진정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퍽 즐거운 일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는 대화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만들고, 누구라도 눈치 보지 않고 예수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환대의 자리를 마련하게 하니 말이다. 누군가 혹 불편함이나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 채게 되면 이들은 그의 혼돈에 빠진 마음을 회복시키려 지혜롭게 배려한다.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나만을 위해 사는 인생에서는 허무밖에는 발견할 수 없다. 때문에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응당 긍휼의 마음이 있다. 그렇기에 ‘내 안의 욕망에만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눈물과 외로움에 무감각해지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문제의식을 가진다. 그러니 마땅히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정적으로 동조하며, 환대와 관용의 제스처를 마다하지 않는다. 순간 그 사람을 보는 내 마음도 흔연해진다.


두 번째;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라는 자기기만과 ‘하다 보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는 불의한 타협에 물들지 않고 끊임없이 선한 싸움을 하며 도전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 또한 매번 가슴 뛰는 경험이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그 중심의 진실함이 견고할수록 더욱 겸손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가 시도하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공감하며 기꺼이 열렬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게 된다.


온갖 유혹과 겁박의 소리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절제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부인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려는 청춘의 도전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니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의 분투에 진정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에도 역시 주님의 뜻이 있음을 알고, 다음번에 더 성장하는 동력으로 삼는다.


세 번째;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사건들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선동적인 가짜 뉴스들 그리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십거리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시대다. 삶을 비관하고, 우울해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그러니 때론 뭔가 있어 보이는 지식 인플루엔서들이 선동하는 구호에 따라 몰입하며 사는 것이 도피처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혼란한 와중에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눈에 띄지 않아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조용히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기다리며 사명을 감당하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가 확실한’ 맛디댜 같은 사람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분주할 때, 또는 희망이 없다며 악을 쓸 때,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이, 우리는 이들의 소중한 가치를 너무나 잘 안다. 이들은 누구보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확실한 사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독서모임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이 세 가지 부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을 독서모임에서 많이 만났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왜 의심과 회의 속에서 가시적인 안정을 붙잡고 싶은 욕망들이 없겠는가? 또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왜 나의 권리를 남보다 우선에 두며 편익을 누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책을 읽고 기독교 세계관으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우리는 한 가지를 경험한다. 하늘빛이 우리 위에 비쳐지고 있음을 상상하며 내일을 꿈꾸는 것이다. 우리를 향한 신의 은총과 사랑에 반응하며 그것들을 믿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음 독서모임 때 그 일에 대해 나눌 때 전해지는 희열, 그것이 은혜인 것이다.


매력 없는 사람은 없다. 주님께서는 이 하늘 아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남이 가지지 않는 매력 하나씩을 주셨다. 그래서 글로는 다 적지 못한, 독서모임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흔연해지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함께함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울림이 있어야만 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아닌, 어울림 속에 울림이 찾아드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 바로 교회, ‘믿는 자들의 모임’이 아닐까. 책을 읽는 행위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행위로의 변화는 언제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크리스천 독서모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2021. 4-5 <하늘이음> 시즌 2 멤버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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