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라디오라는 두 매체. ATL 매체이자 4대 매체로 묶이는 두 매체는 과거보단 그 위상이 떨어졌으나 여전히 중요한 매체이다. 다만 자주 소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뉴스는 떠밀려 오면 피하지 않는 수준이고 라디오는 거의 듣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화면을 내리다 클립본이나 보이는 라디오 영상이 올라오면 클릭해보는 정도? 이런 내가 뉴스와 라디오를 오랜만에 함께 소비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발단은 카카오 뉴스 헤드라인. 바로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 관련 기사였다. 제목은
빽가 "비와 중학생 때부터 절친, 얼마 전에도 만나" 친분 과시(컬투쇼)
두시탈출 컬투쇼에 빽가씨가 출연해서 언급한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왜 이 기사를 소비했냐고?
'과시'라는 단어가 포착된 순간 물음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시라는 용어의 정의를 살펴보자.
과시 ::
1. 자랑하여 보임.
2. 사실보다 크게 나타내어 보임.
이야기하는 태도 내지는 모양새를 일컫는 단어다. '우정을 과시한다.'라는 말은 우정을 나누는 둘 사이의 관계 내지 그 사람을 언급하는 모양새가 자랑으로 해석될 때 쓰이는 단어다. 나와 관계 맺는 상대방의 유명세 혹은 후광을 마치 자신에게 전이시켜 자신의 가치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과시다.
단어의 용례대로라면 빽가가 비와의 우정을 말하며 짓는 표정과 눈빛 어조와 말투에 자랑의 뉘앙스가 담겨있어야 한다. 과거 뇌종양 완치 후 토크쇼에 출연했던 빽가가 투병 당시 비가 응원해 주고 곁에 있어줘서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본 게 떠올랐다. '과시'의 뉘앙스로 내뱉는 우정이 오랜 시간과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까?
기사를 넘어 직접 청취해보고 뉘앙스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두시탈출 컬투쇼 4월 16일 방송분을 홈페이지에서 청취했다. 교대역 막창집에서 빽가와 비가 밥을 먹고 나오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제보한 사연이었다. 진행자 김태균 씨의 질문과 패널 빽가 씨의 답변은 심플했다.
Q) 자주 보는 사이죠? A) 네 그렇죠.
Q) 데뷔 전부터 알던 사이잖아요? A) 네 중학교 때부터.
함께 출연한 개그맨 박성광 씨 역시 이 과정에서 빽가와 비의 관계를 자신과 자신의 베프 박영진 씨와의 관계로 비유하며 함께 대화에 참여했다. 비와의 관계에 대한 대화는 여기서 끝나고 동갑인 박성광에게 박영진 씨와 '다음에 한 번같이 봐요~.'라는 말을 끝으로 사연과 토크는 마무리됐다.
빽가의 답변하는 말투. 어조. 단어 선택에서 과시의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는 찾지 못했다. 그저 묻는 사실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는 답변만 이뤄졌을 뿐. 하지만 기사는 질문에 답하는 빽가의 모습 역시 '자부했다.' '자랑했다.'라는 동사로 표현했다. 해석의 다양성의 차원으로 수용해야 할지. 과장된 해석으로 봐야 할지. 수없이 쏟아지는 텍스트의 홍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이렇게 써야만 하는 건가?라는 또 다른 물음표가 생겼다.
빽가와 비 막창집 목격담. 20여년 넘게 이어진 둘의 우정.
과거 뇌종양 투병 당시에도 비의 응원과 격려가 매우 큰 힘이 됐었음을 밝힌 빽가.
서로의 눈에 비친 어린 소년들이 이제는 중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둘의 우정은 푸르다.
그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의 헤드라인과 내용을 내 마음대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