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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Oct 11. 2024

이젠 희귀해져버린 '확신'을 갖고 사는 법

지금, 여기서부터. 그래야 불안에 쫓기며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있다.

늘 과거나 미래에 있다.


인간은 늘 오늘만을 산다.

하지만 늘 과거나 미래에 매달린다.

사무실에 앉아 나중에 집에 가서 쉬는 걸 상상하고,

막상 집에 가서는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아, 그 때 그렇게 반응하지 말 껄, 이라며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내일 해야할 중요한 발표를 걱정하며 잠을 설친다.

내 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번주에 있었던 짜증나는 일을 떠올리고,

당장 다음달이면 해결해야 할 대출을 걱정한다.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지금'뿐인 인간은,

언제나 어떻게든 지금 이순간에서 벗어나 있으려고

발버둥친다.


그게 모든 걸 망친다.


'성숙한' 존재라면 응당 매순간 지금 현재에 존재해야 한다,

라는 식의 도덕, 윤리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나는 윤리와 도덕을 들먹이는 사고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늘 그래왔듯이

우리도 늘상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 마음이 떠나가있는 채로 살게 되면

반드시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그 끔찍한 후회는 오롯이 우리 각자의 몫이다.


우리에게 '진짜'는

지금 이 순간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후회하는 그 때나

우리가 꿈꾸는 그 때가 아니다.


나중에 꼭 소중한 그 사람에게 잘 하겠다고?

그 때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고?


모든 건 사라진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건 결국 다 죽는다.

절대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그대로 있지 못한다.

온갖 가정을 하며 이러이러고 나면 그때가서는

꼭 이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은 좋다.

하지만 그걸로 지금 이 순간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지금을 돌아보며

그 땐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며 가슴을 쥐어뜯게 될지도 모른다.


늘 오늘같은 오늘이 다가올 것 같지만,

결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오늘같은 오늘이 더이상 오지 않는다.

반드시.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를뿐이다 우리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미래에 가서는 현재를 누릴거라 기대하는 것인가.


계획을 하는 것조차 여기서부터 해야 한다.


삶이 무수히 많은 오늘하루로만 이루어져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건 중요치 않다.)


삶을 공허감 대신 청량감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잘 경험하며 누리고 싶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나의 표현으로 그것은,

'오늘 하루를 잘 조각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루를 잘 조각할지 계획을 하게 된다.

계획이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설계다.

당연히 먼 미래, 먼훗날 나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하며

완성된 최종적인 미래의 이상형을 그리며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미래의 설계인 계획을 할 때조차도,

결국 시작은 지금 이순간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지,

무엇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은지,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즐거울지,

지금 내가 가진 잠재력이 잘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지.


모든 사고와 결정은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계획의 기준점과 시작점은 지금 여기다.


단단하게 땅을 딛고서 앞을 바라보는 일의 힘


두 발을 땅에 딛고, 고개를 들어 멀리 보라고 했다.

두 다리를 단단하게 지면에 박아넣어야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원치 않는 외압과 시련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딱 가지고,

하체를 단단하게 고정한 후 운동을 하는 프로선수처럼,

우리도 그렇게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안정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지 않은가.


확신과 소신이 없는 시대다.

확고한 신념이

고집이고 꼰대고 아집으로 폄하되는 시대다.

그러고 나선 다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기웃거리며

어찌할지 모르겠는 이 불안함을 좀 가라앉혀보려고.


그렇게 사는 게 너무 갑갑해지는 순간이 온다.

살다보면 그런 자신이 가엾고 씁쓸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 방법이 있다.

안정감과 단단함으로 삶을, 일상을 누리는 핵심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모든 것의 중심은 지금 이순간이고, 여기 이곳이다.

우리 자신이 이 세계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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