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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Jun 11. 2024

삐빅, 뙤약볕 좌석은 만석입니다

흡사 인간 해바라기 같은 그들, 유럽인들에게 햇볕이란  


초여름과 가을, 두 계절의 지중해를 만나봤다. 지중해의 해변가에는 태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는 남프랑스의 10여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해변가, 공원, 테라스 좌석 그 어느 곳에서도 그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아직은 햇볕이 미친 듯이 뜨거운, 아니 따가운 한여름이 아니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햇볕에 있으면 뜨겁지 않나? 

피부가 검게 타다 못해 따가울 텐데?


이곳에선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유럽사람들 햇볕을 참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다, 이들을 햇볕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즐기는 듯하다. 





궁금함에 검색해 보니 햇볕을 찾아다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유럽은 생각보다 우중충하다>

해가 짧은 기간,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부족한 국가/도시들이 많아, 햇볕을 충분히 쬘 수 있는 시간대나 환경에선 햇볕을 많이 쬐려 한다는 점. 


그도 그럴 것이 북유럽 혹은 유럽을 가로로 뚝 잘라 중상위쪽으로 넘어가는 국가들은 흐리고 축축한 날씨가 디폴트 값이라고 하니, 햇볕이 그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남프랑스 휴양지의 해변가뿐만 아니라, 시내에 있는 공원 혹은 식사를 위한 테라스 자리에서도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정말, 햇볕 자리는 먼저 만석이 된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이게 하루에 잠시라도 나는 햇볕을 온몸으로 즐기고 싶다는 행위였다니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여름이면 뜨거운 햇볕과 높은 습도로 찌는 듯한 더위를 뽐내는 한국과는 다르게, 유럽의 여름은 정말 햇볕은 타들어갈 듯이 쨍하지만 해를 피해 그늘로 가면 바로 시원함이 느껴지는 건조한 기후라고 한다. (나도 아직 초여름의 날씨만 겪어본 상태이지만, 지금 6월의 날씨는 햇볕은 따갑고 그늘에 가면 선선하다 못해 약간 쌀쌀함도 느껴진다) 


햇볕에서 열심히 몸을 데우고, 필요시 언제 들지 그늘로 대피할 수 있는 환경. 

이러한 여름날씨를 최대한 즐기려는 것 같다. 



<까만 피부의 의미>

프랑스에서는 여름 바캉스 기간을 지내고 온 '진한 구리 빛 피부'를 굉장히 매력적이고 우아하다고 본다고 한다. 겨울 내내 축축하게 지낸 파리지앵이 햇볕에서 뜨끈하게 몸을 데우고 왔다는 뜻인가 보다. 


"나 여름 바캉스 정말 잘 지내고 왔어"라는 의미라고.


결국은 태닝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거다. 태닝 된 피부를 건강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점이다. 한국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일부러도 태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여름에도 해변가에서 태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를 포함하여 많은 한국인의 피부는 강한 햇볕을 쬐면 빨개지고 심지어는 피부가 벗겨지기 때문에 태닝이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개인마다 좋아하는 날씨나 기후가 다를 테니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이곳에서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사람들은 햇볕을 열심히 피해 다니지 않는다. 왠지, 그냥 여름이니까 이 따가운 햇볕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럽인들의 자연주의적인 특성을 대변하는 행동이라고 크게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성향의 차이 혹은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겪어 온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들도 이젠 열심히 에어컨도 켜고, 선풍기도 켠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있는 바위에 앉아 쪼르르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여름도 좋다. 그리고, 아마도 곧 나는 그 나무그늘 아래에서 먹는 닭백숙과 동동주를 그리워하게 될 거다. 


그렇지만, 까맣게 타는 피부 걱정은 접어두고 쨍한 햇볕아래에 누워서 햇볕을 즐기고, 그늘하나 없는 호수에 카약을 타고 발도 담그고 물에도 뛰어들어 보는 여름도 살아보고 싶다. 


아, 파라솔 하나쯤 챙겨가는 건 '햇볕 즐기기 규칙' 위반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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