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이리엔 Jun 05. 2024

지중해와 프로방스, 남프랑스의 '소울'은 과연 무엇일까

남프랑스 감성이 도대체 뭐길래


남프랑스를 떠올리면 두가지 이미지가 같이 떠오른다. 


진한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지중해

그리고, 형형색색 꽃과 풀이 만개한 프로방스의 정원



안 그래도 지역범위부터 정의하기 어려운 남프랑스. 

무언가 하나 한가지 특징으로 정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오래 고민해봤지만 이건 단순히 바다와 꽃밭의 대결은 아닌 듯 하다.

 



그라스, 릴르 슈 라 소흐그 ©후이리엔

흔히들 '남프랑스 감성'이라 하면 떠올릴 파스텔 톤으로 꾸며져 집집마다 꽃이 걸려진 골목과 정원, 꽃과 프릴로 꾸며진 주방은 그야말로 프로방스 지역(Provence)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남프랑스 여행, 특히 소도시 여행을 감명깊게 즐긴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바다보다는 프로방스 지역의 아기자기함을 중점으로 두는 경우도 꽤나 많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로 지중해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도시들도 해변가만 조금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도시는 일률천편적인 모습이란 없이, 우리가 알고있는 남프랑스 감성의 큰 틀에서 지역별 특색을 뽐내며 가꿔져있기 때문이다. 



프로방스 감성이래도 다 똑같은 특징이 아니다. 남프랑스 소도시에 모두 라벤더로 만든 마그넷과 기념품을 팔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도시마다 유명한 꽃도 있고, 농작물도 있고, 건축물도 있고, 예술가도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무언가는 짧게는 몇일 길게는 몇주간 도시 전체를 축제로 물들인다. 그리고 그 축제는 다시 그 도시의 상징이 된다. 



칸, 니스, 쌩트막심 ©후이리엔

그럼, 또 다른 남프랑스의 상징 '지중해'는 어떨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손으로 가꿔진 것아니고, 가꿔질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을 그저 이를 보존하고 지중해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있는 환경을 만들고 즐기고 있을 뿐. 남프랑스 지중해 로망완성은 해변가에 비치타월 하나 깔고 누워 햇볕을 즐기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바다와 들판이라는 물리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남프랑스를 '느끼다' 혹은 '경험하다'라는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을 보는 것이 중요할수도 있겠다. 



말로는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푸른색, 시시각각 그리고 햇빛에 따라 변하는 마법같은 물빛을 가진 지중해가 라벤더나 이름모를 들꽃들보다 덜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사실, 나는 그 푸른바다를 하루종일 쳐다만 보고 있으라하면 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 



그저, 이런 사람의 손길이 최소한으로 닿은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최대한으로 닿은 마을을 보고 있자면, 이 '사람'들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자는 "조상이 남긴 유산을 그대로 보존만해서 대대손손 관광으로 잘 먹고사는 프랑스인들!"이라는 표현을 하더라. 또는, "신은 기분이 가장 좋을 때 프랑스 땅을 만드셨고, 기분이 가장 나쁠 때 프랑스인들을 만드셨다"라는 말도 있다. 모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바이다.



맞다.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있자면 두가지 마음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이런 좋은 땅과 물과 날씨를 이렇게 쉽고 당연하게 누리다니 참 얄궂다는 마음. 그리고, 조금 불편하고 느리게 가는 길을 받아들이고 이런 환경을 오래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마음. 






마르세유, 몽펠리에, 그라스 ©후이리엔

고민의 시작부터 뭔가 틀어져있었으니 답을 내리기 어려웠나보다. 지중해와 프로방스, 어떤 것이 남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냐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냥 어떤 물질적인 모습혹해서 남프랑스를 찾게 되는게 아닐수도 있다. 오랜시간 남프랑스 지역의 많은 도시들이 유지한 특색과 그 속에서 꾸준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게 지역이 가진 감성이 되고 유산이 되지 않았을까. 


일주일만 살아도 동네를 간파할 수 있을 듯한 작은 도시에도 청년들이 북적이고, 아이들이 북적이는 그 활기와 여유로움. 아무리 남프랑스가 넓은 지중해, 비옥한 땅, 뜨거운 햇살을 품고 있었다한들, 그걸 즐기고 가꾸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저그런 국립공원쯤이나 되었을거다. 



꽃의 도시에 가서 그 향기를 향수에 담아 팔고 있는 사람들, 항구의 도시의 가서 아직도 매일 아침 그날 잡은 생선을 광장에서 파는 사람들, 빈티지 시장에서 오랜 물건들을 사고파는 사람들.

여행 길에 그들이 지켜오고 있는 '남프랑스 소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 01화 남프랑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는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