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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Jun 18. 2024

남프랑스에서 스페인 축제라니요

축제가 곧 일상, 남프랑스의 축제 이야기


남프랑스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많은 축제와 행사들을 만났다. 우리가 운이 정말 좋은 줄 알았다. 매주 떠나는 여행에서, 매번 축제나 행사를 만나다니! 타이밍을 너무나 잘 맞췄다 생각했다. 


아뿔싸, 그냥 우리의 행복회로였다. 

알고 보니 남프랑스의 크고 작은 도시에는 초봄부터 가을까지 셀 수 없는 축제와 행사들이 펼쳐진다. 한국에서 주요 특산물 혹은 계절에 맞춰 주말을 끼고 며칠 정도 진행되는 축제들을 봐왔기에,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이들에게 축제는 그냥 일상이고 지나가는 한 이벤트인 것이다. 






남프랑스의 축제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것이 칸 영화제, 니스 재즈 페스티벌, 아비뇽 연극제와 같은 큰 행사일 것이다. 여기에 살며 느낀 것은 그런 큰 축제들도 정말 도시를 뜨겁게 달구지만, 진짜 이곳의 축제들은 짧게 그리고 자주 어디서나 열린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프랑스에 위치한 도시라고 그 지역의 특산물로만 축제를 열지 않는다. 예로 어느 중세유적이 관광자원인 도시에서, 스페인 축제를 연다. 어느 종교시설이 관광자원인 도시에서 이탈리아 축제를 연다. 작은 샤또(성)에서도 요리와 와인 축제를 열고, 해가 길어지는 여름밤이면 고대 유적지에서 콘서트를 연다. 한참 축제를 돌아봐도 이 축제를 왜 굳이 여기서 여는 건지 바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물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나 지역 특산물과 예술활동이 메인이 되는 축제들이 훨씬 많다. 

남프랑스에서 열린 스페인 축제 ©후이리엔




이렇게나 일상에 축제가 꽉 들어찬 데는 남프랑스라는 물리적인 이점이 꽤나 작용했을 것이다. 


긴 역사 덕분에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축제들도 많다. 같은 영토여도 여러 민족과 문화가 스치고 갔으니 문화적 다양성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시마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적들로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이 붐빈다. 축제기획을 잘하는 것도 분명하지만, 사실 관광객 트래픽이 보장된다는 것이 언제든지 축제를 열어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좋은 배경이다. 


남프랑스의 날씨는 또 얼마나 좋은가. 햇볕은 따갑지만 건조한 바람이 불어주는 온화한 날씨 덕에 사람들이 오래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많을 것이다. 골목골목에 들어서면 시원한 그늘이 있고, 온갖 식당들이 다 테라스 좌석이나 바테이블을 만들어 축제에 동참한다. 몇 시간씩 밖에 있어도 크게 지치지 않을 날씨다. 

향수의 도시 그라스의 장미축제 ©후이리엔
어린이와 어른이가 모두 즐기는 스페인 축제 ©후이리엔




위와 같은 물리적인 이점이 베이스가 된다면, 축제를 즐기는 정신(sprit)은 이 축제들을 완성시키는 꽃이다. 


무릇 먹고 마시는 것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들에겐 '참여' 혹은 '즐기기'가 추가된 듯하다. 축제의 정식공연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연자들이 축제에 조삼모사 모여든다. 그리고 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관찰자'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로써 완전히 축제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노래가 나오면, 누구나 아는 주요 구간은 다 같이 큰소리로 따라 부르고, 다 같이 흥을 높여 몸을 흔드는 것. 한국에선 싸이의 흠뻑쇼나 워터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DJ가 있는 곳이면 모두 몰려드는 사람들 ©후이리엔



축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행사 혹은 매주 열리는 시장(주말마켓)도 어쩌면 축제의 일부분 같아 보이기도 한다. 주말아침 일찍 펼쳐져서 오후 1시 즈음이 지나면 쓱 사라지는 시장들. 관광객과 주민들로 북적이다 못해 인파에 떠밀려 걸어 다니는 경우도 다반사다. 노래와 춤은 없지만 작은 축제라고 해도 모자랄 것이 하나 없는 구경거리와 분위기로 가득하다. 

남프랑스 소도시 주말시장 ©후이리엔
남프랑스 소도시 주말시장 ©후이리엔





남프랑스에 이렇게나 다양한 축제와 놀거리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오는 것인지, 혹은 다른 관광자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이렇게나 많은 축제들이 계속 생기고 유지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남프랑스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7월 한 달 내내 '국제 연극제'가 펼쳐지는 아비뇽, 6월 초부터 축제를 위한 단장에 바쁘다. 반전은 큰 축제를 앞두고 있으니 도시에 별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전까지도 콘서트, 와인축제가 열린다. 큰 축제기간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축제가 아니어도, 도시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계속 열리고 있으니, 여행을 하면서 주변 광고판이나 식당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유심히 훑어봐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당 옆에선 축제와 팝업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P.S. 축제가 얼마나 다양한지 챗GPT에 물으니 빠른 속도로 축제를 훑어준다. 여행계획이 정해졌다면, 꼭 축제 계획을 확인해서 이들의 흥을 같이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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