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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Jul 02. 2024

프랑스인은 영어 안 쓴다면서?

아, 남프랑스에서는 예외입니다만



일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유럽국가에 대해 우리는 꽤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특히 프랑스는 생각보다 실상이 덜 알려진 곳 같다. 프랑스에 대한 무성한 '오해'들이 그렇다.


인종차별, 불친절함, 느린 행정처리 속도, 접객 태도 등등....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불어밖에 못 한다던데, 영어 할 줄 알아도 절대로 영어로 응대 안 해준데. 자존심이 워낙 센 나라잖아. 괜찮겠어?"



음...남프랑스에서는 예외였습니다만.......



다행히도 영어소통은 내가 미리 걱정했던 어려움 중에 가장 문제가 없는 부분이다.

이곳 사람들 웬만하면 영어를 참 잘한다. 적어도 남프랑스에서는!






가만히 남프랑스의 특성을 생각해 보니 영어로 소통이 안 될 리가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남프랑스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지역이라, 미국인을 포함하여 유럽 각지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고집보다는 타협이 필요한 곳이라는 뜻이다. 식당에 가면 메뉴판도 영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남프랑스 사람들은 파리지앵 그리고 북부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좀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남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는데, 아직 파리지앵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


혹시나 남프랑스 여행 혹은 단기거주를 고민하며, '영어소통이 안 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 일단 한시름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편의점(마트), 식당, 블랑제리, 티켓 오피스, 우체국, 통신사, 옷가게, 아파트 단지에서 까지 아직은 불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인사나 필요한 대화정도는 충분히 영어 의사소통으로 가능했다.




아, 시청에서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한소리 들은 적은 있다!


행정처리를 위해 방문한 시청 입구에서 보안검사를 담당하시는 백발의 아주머니, 왜 방문했는지 묻는 질문에 남편과 나는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아 보이며 '프랑스어를 못해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께서는 바로 '왜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는 거지?'라고 반문했다. 남편은 우리는 지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대답을 했다. 아주머니는 공격적인 표정과 제스처를 멈추고, 우리가 행정처리를 위해 가야 할 길을 천천히 그리고 반복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볼일을 마치고 시청 출구를 향해 갈 때,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양손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만약 프랑스에서 상대가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면, 상대방이 무례한 인성파탄자가 아니라는 가정하에 '나의 태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영어' 또는 '한국어로'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더듬더듬 영어로 대답한다. 상대방이 외국인임을 굉장히 배려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냅다 중국어로 말을 건다. 상대가 당연히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못 알아들어도 어떻게든 대답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고 상상해 보자. 더듬더듬 '아. 녕. 하. 쎄. 요'하면서 도움을 청하거나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한국어로 말하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짓발짓과 머릿속에 영어단어들을 끄집어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거나, 침착하게 '웨잇 어 미닛!'을 외치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번역기 앱을 켤 거다.



상대국가에 외지인으로 방문했다면 그 나라사람의 성향이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만큼 더 좋은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입장에서 생소한 동양인이 대뜸 제3의 언어로 질문을 하거나 주문을 한다면, 아마도 당황스럽지 않을까? 안 그래도 서로를 배려하는 매너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아마도 속에서 '반발심'이 희끗하게 올라와서 일부러 '프랑스어'를 쓸 수도...



발음이 틀려도 괜찮으니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실례합니다/죄송합니다' 4가지 기본적인 인사와 '영어를 하실 줄 아세요?'라는 질문을 프랑스어로 건넨다면, 상대방도 어쩌면 더듬더듬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대답을 해줄 수도 있다. 약간의 '머쓱한 눈웃음'을 추가하는 것도 잊지 말자.



그럼에도 프랑스어를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 나빠하지 말고 침착하게 위대한 발명품 '번역앱'을 켜보자. 여행을 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 남프랑스의 햇볕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브런치 메인 소개글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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