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피안처럼 호수에 풍덩!
도시 곳곳마다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뿜어내는 남프랑스의 도시들. 지중해의 푸른 물빛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대자연보다는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 위주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지만 남프랑스에도 웅장하고 멋진 자연풍광이 꽤나 많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알프스 산맥, 세잔이 사랑하는 산으로 알려진 벙뚜산(Ventoux), 습지와 바다로 이뤄진 넓은 해안자연공원 까마르그(Camargue),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베르동 협곡(Verdon Gorge)과 생크루와 호수(SAINTE-CROIX)를 포함한 베르동 자연공원도 있다.
깊고 험준한 협곡을 따라 흐르는 베르동 강물의 에메랄드 빛 물빛은 사진으로도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정도이다.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을 뽑으라면, 숨도 쉬지 않고 베르동협곡이라 대답할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으니,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되뇌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베르동협곡은 나의 크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을 지나고 나면, 내 눈을 비비고 더 맑은 눈으로 보고 싶은 곳이다.
해가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을 오후시간, 생크루와 호수의 물빛을 즐기기엔 가장 좋은 때이다. 호수의 찬란한 물빛과 햇빛이 물 위로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윤슬. 오래오래 눈에 담을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제대로 된 치유란 이런 게 아닐까?
누구든 발길을 멈추는 다리 위에어 협곡의 입구를 둘러봤다면, 이제 아래로 내려가 예쁜 물결을 만들어내는 카약 혹은 보트를 타러 갈 시간이다. 구글에서 후기가 가장 많은 곳을 찾아갔더니, 직원이 한국인인지 물어보고는 <텐트밖은유럽-남프랑스> 사진을 슬며시 보여준다. 우리는 프랑스에 살고 있다고 하니 웃으며 ID카드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타지에서 외국인에게 받는 작은 인정(人情)에 기분이 좋아진다.
간단하게 결제를 하고 바로 보트 위로 올라간다. 두 사람이 발맞춰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새 위에서 내려다보던 협곡의 입구를 지나게 된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직접 물 위에 떠다니며 협곡을 올려다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좌우를 둘러보면 카약을 타는 사람, 전동보트를 타는 사람, 패들보트를 타는 사람, 배에서 뛰어내려 수영을 하는 사람,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무도 빨리가라고 재촉하지 않고, 어디에나 보트를 멈추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강 중간에 둥둥 떠있어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다. 여기선 누구든 어떻게든 즐길 수 있다. 음악을 틀고, 물에 뛰어들고, 샴페인을 마시고, 너도나도 인생샷 한 장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자, 이제 베르동협곡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을 꺼낼 시간이다.
아이스백에서 꺼내온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 들었다. 샴페인 잔에 시원한 탄산이 담긴 와인을 마실수는 없지만, 맥주만으로도 충분하다! 남편의 다리는 열심히 페달을 밟는 노동을 지속하게 하고, 무릎까지 강물에 푹 담근 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면.... 아직 천국에 가보진 않았지만, 이곳이 바로 천국이고 지상낙원이다!
머나먼 여정을 감내하고 베르동협곡에 간다면, 절대 후회하지 말고 챙겨야 할 두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먹거리와 수영복이다. 동양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 협곡에서 타는 보트를 작은 바캉스 존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뛰어들고, 작은 갑판에 앉아 햇볕을 쬐고, 과자나 샌드위치를 먹고, 맥주와 와인을 들이켠다. 자연경관을 천천히 둘러보며 협곡을 왕복하는 것도 좋지만, 이 지상낙원을 진짜 즐겨보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다.
배를 돌려 돌아오는 길에 어디 클럽에서 들릴 것 같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놀이공원이 생겨있다. 미끄럼틀이 있는 보트를 서로서로 묶어놓고 파티를 벌인다. 이야, 진짜 제대로 노는구나.
큰 결심을 가지고 베르동까지 발걸음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절대 그냥 눈으로만 이곳을 즐기지 말고, 협곡 안으로 들어가 먹고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보라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베르동협곡과 호수의 물빛을 바라보고 있자면, 옛사람들이 왜 강가에 배 한쪽 띄워서 곡주 한병 들고 풍경을 보며 시를 쓰고 읊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