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무상수리와 택배비

삶의 태도를 바꾼 미니멀라이프

by 미세스쏭작가

걸핏하면 고장 나 버리는 전기포트 때문에 유감스러운 적이 많았다. 처음 산 유리 포트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세탁실에 방치했다. 결국 유리가 아닌 스테인리스 제품 구매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기존 것을 버렸다. 그나 뽑기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또 실패. 두 달 만에 먹통이 된 전기포트를 보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면 얼른 양품으로 교체를 했을 텐데. 연마제를 닦아내고 냄새를 빼는 작업은 몹시 번거롭다. 이제 좀 쓸만하다 싶었는데 또 고장이라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비싼 제품으로 구매를 해 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무상 수리 가능'이라 문구가 떠올랐다. 한번 시도해 봐?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문제의 제품을 고쳐 써야겠다 결심했다. 남편은 "안 될 거야. 그냥 하나 새로 사."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객센터로 연락을 하는데 이런 경우가 생경해 장이 됐다. 구매 시기, 구매처, 고장 증상 등에 대해 미리 적어 놓은 종이를 보며 멘트까지 연습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상담원과 연결 는데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했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원이 안 들어온다는 거죠? 제품을 저희 쪽으로 보내 주세요." 하는 안내를 받았다. 무상 수리를 받는 대신 택배비는 번갈아 지불하기로 했다. 편도 택배비는 보통 얼마 정도 하는지 물었더니 삼천 원 정도 될 거라 했다. 문자로 거래처의 주소를 받은 후 편의점에 갔는데 택배비가 오천 원이나 들었다. 젠장. 삼천 원과 오천 원의 괴리가 이다지도 컸던가. 도대체 왜 몇 번 쓰지도 않은 제품들이 말썽을 일으키는지 의아했다.


요즘 들어 뭐든 새로 구매하는 게 꺼려진다. 새로운 물건과 친구가 되기까지는 돈 외에도 다양한 번거로움이 든다. 포장을 벗기는 즉시 부피 큰 쓰레기가 나오고, 양품인지 확인한 후 세척하는 과정 또한 너무 귀찮다. 특히 이번 전기포트는 새 제품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이를 제거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고쳐서 재사용을 하고 싶었다.

수리가 완료된 제품을 받기까지 이 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들었는데 사 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못 돌려받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도 살짝 들었다. 잊어버리고 지냈더니 드디어 겨울잠에서 깨어난 전기포트가 도착했다. 내 전기포트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란 점을 작게 찍어 놓았는데 그 제품이 그대로 와서 기분이 좋고 다행스러웠다.


고작 이만 원 대의 값을 지불하고 산 전기포트라 택배비가 비싸게 느껴졌지만 잘 수리된 제품을 받으니 더욱 애착이 갔다. 이번을 계기로 무상 수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멀쩡히 우리 품으로 돌아온 전기포트를 보며 "이번에 고친 거야? 잘 작동하네?" 하며 재차 흡족한 표정을 짓는 남편. 나의 긍정적인 변화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우쭈쭈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다. 소비가 줄고 공간과 금전에 더욱 여유가 생겼으니 아내의 미니멀라이프가 얼마나 기특하겠는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고장 난 제품을 버리고 당연스럽게 새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있는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고 구매를 대폭 줄이게 된 것 자체가 내겐 큰 선물 같은 변화다. 새로운 물건에 끌려다니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됐으니 이토록 요긴한 일상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은 아주 먼 옛날에 끝난 케케묵은 라이프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엔 이런 생활이 바람직하고 편하게 느껴진다.


한정된 원을 아끼는 소비생활 하기.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주변에 나누기.

고장 난 제품을 고쳐서 다시 사용하기.


이러한 방식들이 내 삶과 더불어 환경을 유익하게 만들고 있다. 쇼핑하는 재미가 아닌,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진 요즘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독서하고 글 쓰는 기쁨이 사라지면 그땐 어떻게 살아야 하지? 물욕이 폭발해서 이전보다 더 열성적인 쇼퍼홀릭이 된다면? 물건에 종속되는 삶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피곤하고 허무하다. 유형의 것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지혜를 간구하며 깨어 있어야겠다.


완벽하게 수리 됐다고 믿었던 전기포트는 한 달 만에 다시 맛탱이가 갔다. 이번엔 전원 센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물은 끓으니 다행이긴 한데. 거 참. 제품들 좀 똑바로 만들어 주슈. 물 끓이려다가 애간장도 같이 끓겠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