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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Feb 13. 2024

백수 클럽 해체 사건

탈퇴를 축하드립니다

 휴직, 퇴사, 이직을 계기로 백수 패밀리가 결성 됐다. 덕분에 처음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엄마, 나, 여동생, 남동생 네 사람이 휴식기를 가지며 생에 가장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급여를 반납하고 얻은 시간은 금보다 값지고 풍족한 추억을 선사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셨던 엄마께서는 남들이 쉬는 황금연휴에 가장 바쁘셨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여름휴가를 부모님과 함께 보냈다. 육아휴직 중인 여동생은 우리 네 사람의 모임을 백수 클럽으로 했다. 네 명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흔치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뭉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든든한 나날이었다. 


 여동생의 제안으로 백수 클럽 회원들이 모두 모여 근교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박물관 내부를 두루 구경한 후 조카가 잠든 막간을 이용해 카페에 들렀다. 한가롭고 따스한 오후의 가을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우리를 두루 비췄다. 백수 패밀리는 늘 그렇듯 오래 못 본 친구들처럼 신나게 대화를 나눴다. 좋은 날씨와 커피를 음미하고 있자니 금방 시간이 흘렀고 큰 조카의 하원 시간이 되었다. 여동생 집으로 가기 위해 장소를 옮겨야 했다. 큰 조카를 만나고 싶었지만 글쓰기와 집안일이 마음에 걸렸던 나는 이만 집으로 가겠다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홀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엄마께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계셨다. 나도 덩달아 손인사를 하어서 가시라고 동생들 쪽을 가리켰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도로를 지나 점점 더 작아지고 멀어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배가 됐다. '그냥 같이 갈 걸 그랬나?' 고민하는 사이에 그들을 싣고 갈 버스가 도착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어떤 글을 썼고 무얼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정하게 길을 걷던 가족들의 뒷모습과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시던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선명다. 여전히 그 갈래길에는 미련을 떠는 내가 다. 평범한 행복이 주는 여운은 이토록 짙다. 평일 오후의 추억 만들기는 이제 몹시 어렵고 귀한 일상이 되었다. 백수 클럼 멤버 네 명 중 두 명이 다시 직장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백수 클럽 해체 사건을 두고 기쁨의 박수를 쳐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당시엔 전혀 특별할 것 없다 생각했던 시간이 점점 더 아릿하게 가슴을 두들다. 따사로운 가을볕을 등지고 걷던 나의 가족들. 여동생 대신 유모차를 밀어주던 남동생의 뒷모습. 큰 아이를 하원시키기 위해 바삐 앞을 향해 걷던 여동생. 혼자 다른 방향으로 떠나는 딸에게 묵묵히 손을 흔들어 주시던 엄마.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만은 없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 우리인생이다. 내게 사랑을 가르쳐 준 이들을 등에 업고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경영한다.

 먼 훗날 신이 내게 "너는 무엇을 이루었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다. "저는 그저 많이 사랑했습니다. 마음껏 사랑하고 세상을 떠나왔습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함께할 수 있을 때, 어울릴 수 있을 때를 놓치지 말자. 돈과 직장은 있다가도 없을지언정 닳지 않는 사랑 주머니 하나씩은 품에 안고 살자. 백수 클럽 해체를 기념하며 널리 전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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