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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21. 2024

아무 고민도 없던 내게 벌어진 일

하루는 길고 생은 짧다

 요즘 고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딱히 답할 내용이 없었다. 식구들과 화목하고 가정엔 사랑이 넘치고 인생은 즐거웠다. 욕심 없이 사니 감사거리도 늘 풍족했다. 이토록 행복한 삶에는 기쁨조인 자두의 역할이 컸다.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반겨주는 자두가 있으니 집은 천국이고 매 주말이 되면 소풍을 맞는 기분이었다. 자두가 있는 곳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두가 여덟 살이 되면서 영양제를 잔뜩 구입했다. 곧 집에 올 자두를 위해 장난감과 쿠션을 세탁하고 살균소독을 해두었다. 산책을 자주 하는 자두게 어울리는 목줄도 새로 샀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자 펜션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앞으로 12년은 더 자두와 함께할 줄 알았다. 우리의 모든 계획에는 4kg의 작은 가족 구성원인 자두가 있었다.


 얼마 전에 반려동물 등록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자두의 중성화 여부가 'NO'로 기입된 것을 발견했다. 수정이 되지 않길래 관련 부처에 연락했더니 직접 방문하여 서류를 제출해야 된단다. 남편의 휴무일에 나들이 삼아 자두 함께 구청을 방문할 참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반려동물 등록 말소신청이라니?

 

 장례 당일 반려동물 등록 말소 신청에 관한 안내지를 받았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사망 신고가 허무할 만큼 간단하단 말을 왕왕 들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기존에 받은 반려동물 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말소 신청을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몇 번을 반복해도 시스템 내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생각난 김에 처리하지 않으면 영영 미룰 것 같았다. 눈물 콧물을 쏟느라 정신없는 를 대신해 남동생이 말소 신청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왜 자꾸 오류가 나지?" 남동생은 여러 채널로 인증을 하고, 폰을 껐다 켜보고, 가족들의 핸드폰을 빌려 가면서 다방면으로 말소 신청을 시도했다. 자두의 주민등록번호나 마찬가지인 동물등록번호를 다 외 정도로 수차례 반복했으나 과는 실패였다. 별게 다 속을 썩인다 싶었다. 결국 모든 장례 일정을 마치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자두가 없는 집에서 남편은 수 백 번 대답 없는 물음을 던졌다. "자두야. 어쩜 렇게 가버리냐. 그렇게 가면 우린 어떡하라고." 우리 부부의 동생이고 가족이고 아이나 마찬가지였던 자두의 빈자리 너무나도 컸다. 언젠간 일어날 일을 조금 더 빨리 겪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이건 아니다 싶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와르르 무너진다. 겪어보지 않고선 결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다. 전혀 관련도 없는 상어 캐릭터의 콧구멍을 보고도 눈물이 쏟아진다. 마의 슬픔이다.


 그러나 결국 상실의 슬픔 가운데 살아있는 진리를 마주한다. 나 또한 언젠간 자두처럼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될 터.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니라. 잠언 16장 9절"

 남편은 서럽게 울며 다짐하듯 내게 말했다. "내가 진짜 애는 키워도 다신 반려견 안 키운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답했지만 글쎄? 내 일도, 네 일도, 내일 일도 알 수 없다.


 우린 정말로 다신 강아지를 키우지 않고 살아갈까? 난임과 딩크를 벗어던지고 아기를 키우게 될까? 혹시 애도 키우고 개도 키우려나?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기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묵상한다. 그리움이 넘실거릴 때마다 가만히 하늘을 본다. 하루는 길고 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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