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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19. 2024

난생처음 반려견 장례를 치르며

이젠 네가 우릴 위해 기도해 줘

그리운 이름을 가슴에 품고 니다.


 작은 몸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우리 자두가 이렇게 쉽게 떠날 리가 없는데. 그토록 많은 기도를 드렸건만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명이 피고 지는 이치를 감히 헤아릴 수 없.

 아침저녁으로 자두의 몸에 손을 얹고 기도했었다. "하나님. 우리 자두를 가족으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두가 스무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늘 지켜 주세요. 훗날 멀지 않게 하시고 다리도 튼튼하게 하시고..." 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리면 자두는 사랑스러운 숨소리와 눈빛으로 음을 전했다.


 워낙에 약하게 태어더욱 마음이 쓰였던 불쌍한 나의 푸들. 슬개골, 이빨, 귀, 눈, 항문 등이 문제였으나 나름 정성으로 보살핀 결과 그럭저럭 무탈 지내왔던 자두였다. 수액만 맞으면 나을 줄 알고 데려갔던 병원에서 자두 음을 다.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과 그보다 더한 그리움을 어찌 감당. 숨을 거둔 자두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이미 탈진 상태였다. 내 생명의 절반을 떼서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나의 첫사랑 반려견이었. "자두야. 자두야. 이렇게 가면 어떡해." 어두운 해가 구름 속에 숨어 통곡하는 우리를 지켜보았다. 잔인한 오 월의 끝자락이었다.


 부모님 댁의 탁자 위에 자두가 담긴 상자를 올려놓고선 미친 사람처럼 울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뭘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통 폭풍처럼 올라왔다. 아끼고 사랑했던 나의 작은 세상이 무너졌다.

 남동생이 가만히 내 손을 잡으며 "누나. 우리 장례식장 알아봐야 돼. 누나가 원하는 곳으로 자."라고 했다. 이 와중에 장례식장까지 알아봐야 한다니.


 이제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더 이상의 상처 없이 자두의 장례를 치르는 것. 십 년 후에도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줄 알았던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수소문했다. 그 시각 내가 믿고 의존할 수 있는 정보는 최신 후기뿐이었다.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길게 글을 남길 순 없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반려견 가족의 최신 후기를 보고 F사 장례식장으로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장례식장에 도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차 안에서 펑펑 울고 있는데 남성 장례지도사 분이 마중을 나오셨다. "애기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난생처음 겪는 반려견 장례인지라 걱정과 두려움만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의 마중과 짧은 물음이 왜 그리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장례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계약서를 썼다. 어른이 된 후의 장례는 숨이 턱턱 막히게 슬픈 상황에서도 이성이 앞서곤 한다. 괴로우면서도 다행인 일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식구들이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데 장례지도사 분이 음료수 몇 개를 가져와 말없이 탁자 위에 놓고 가셨다. 안쓰러움과 걱정이 서린 눈빛이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 장례식장을 찾았다. 모두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소중한 강아지 식구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지 깨달은 이들은 무언의 눈빛으로 위로를 주고받았다. 담요에 싼 강아지를 홀로 안고 온 여자 분도 계셨다. 죽은 강아지 품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미어졌다.


 오후 두 시가 되자 우리 가족 모두가 장례식장에 모였다. 그중에서도 아빠, 엄마, 나, 남동생, 여동생, 남편 이렇게 여섯 식구는 체면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깨질까 우린 마지막까지 자두를 그렇게 대했다.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감사함으로 추모했다. 부족한 우리에게 넘치는 사랑을 준 자두에게 정말로 고마웠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평생 잊지 않을 테니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또 나눴다.


 작은 유골함에 담긴 자두가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 자두 없는 세상이 너무나 막막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굳게 약속했다.

 이전보다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다고. 만날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며 살겠다고. 둔감했던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살겠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인지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녀석이 좋아했던 집도 간식도 장난감도 밥그릇도 모든 것이 그대로이건만 가장 중요한 자두 없다. 생명 있는 것들의 내일 일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사랑하련다. 자두가 그랬듯이.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가르쳐준 나의 작은 스승을 가슴에 묻고 다시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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