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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07. 2024

남편에게 반려견의 죽음을 숨겼다

갑자기 반려견 없는 일상 2

 "자두 상태는 좀 어때?" 매 시각마다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때마다 울음을 그치고 아무 일도 없는 척 연기하며 전화를 받았다. "자두 상태는 똑같다.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여행 마치고 도착하는 대로 자두를 만나면 좋겠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은 지인들과 여행 중이었다. 그의 차로 사람들을 인솔하는 상황인지라 자두가 죽었단 소식을 차마 전할 수 없었다. 자두가 아직 살아있는 척 연기하며 거짓말을 지어내는 심정은 꽤나 괴로웠다. 뒤늦게 알고 슬퍼할 그를 생각하니 더더욱 괴로웠다.


 가족들 모두 먼 길을 운전하여 돌아올 남편을 걱정했다. 고민 끝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아닌 인근 카페의 주소를 알려주고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 했다. 거의 열 시간 동안 거짓말을 한 끝에 드디어 남편을 만났다.

 "여기 근처에 병원이 없던데 자두한테 무슨 일 일어난 거야?" 자두가 새벽 네 시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은 거의 패닉 상태로 부짖었다.


 영원한 막내딸인 자두의 장례에 함께 하고자 온 가족이 모였다. 아빠는 퇴근길에 급히 오시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치셨을 정도로 슬퍼하셨다. 아홉 식구가 모두 모여 고이 잠든 자두를 마주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예쁜 자두를 쓰다듬을 때마다 아쉬움이 곱절이 됐다.

 작고 작은 발로 가족들이 있는 곳이라면 한걸음에 달려오던 우리 집 넷째 딸. 가족들의 이름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던 자두였는데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모두 황망한 눈물만 쏟았다. 가족들을 교화하고 똘똘 뭉치게 만들었던 자두는 반려견이 아니라 으뜸 반려가족이었다.


 펑펑 울고 있던 남편이 장례식장에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그것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

 "어떤 거?" 벌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 혼자서 병원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너무 고생했어 진짜.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어떤 위로도 와닿지 않던 상황에서 날 향한 남편의 진심 어린 걱정이 마음을 다잡게 만들었다.


 그래. 우리 자두 가족은 이렇게 사랑해 왔.


 자두는 떠났고 우리는 남겨졌다. 남편은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슬픔이라 했다. 나 또한 그러다. 자두를 가족으로 맞은 순간부터 펫로스를 걱정해 왔다. 직접 겪어보니 상상 이상으로 더, 더, 더 아프다. 심용희 수의사님은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짐으로써 느끼는 상황이 펫로스라면 이 또한 사랑의 숙제로 받아들이고 감당하겠다. 고 약한 몸으로 우리에게 와서 큰 웃음과 사랑만을 줬던 나의 강아지. 두가 남긴 슬픔마저 아껴 사랑하련다.

앙 다문 귀여운 입술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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