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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05. 2024

새벽 네 시에 벌인 사투

갑자기 반려견 없는 일상 1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거친 자두의 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재빨리 일어나 전등을 켜고 자두의 상태를 살폈다. "아가. 우리 강아지. 많이 아파?" 오후까지만 해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 주던 자두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자두가 뒷다리가 찢으며 철퍼덕 넘어졌다. 뭔가 단단히 잘못 됐다. 몹시 불길한 예감에 나 또한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자두야. 괜찮아. 언니가 낫게 해 줄게." 내 불안감이 전달되지 않도록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콧등에 뽀뽀도 잊지 않았다. 견모차에  자두와 나 둘이서 캄캄한 어둠을 가로지르며 병원으로 향했다. 날이 밝아오 건강자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생각했다.


 병원 접수 후 몹시 피곤해 뵈는 남자 의사를 만났다. "자두 꺼내 주세요." 단 몇 분 사이에 자두의 상태는 더욱 악화 돼 보였다. "선생님. 자두 몸이 축 처지고 미동이 없어요." 의사 선생님이 답했다. "그래도 꺼내서 주셔야죠." 견모차에 깔아놓은 방석을 그대로 들어 올려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건넸다. 자두 얼굴을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의사 선생님의 표정만을 열심히 살폈다. "피검사랑 초음파 검사를 진행해야 되니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아무도 없는 대기실을 초조한 심정으로 서성거렸다. 달리기 시합 전에 신호총을 기다리는 긴장감이 온몸에 박힌 상태였다. 냉수를 한 잔 마신 후에 눈물을 닦고 심호흡을 했다.

 "자두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상담실로 후다닥 튀어갔다. 그때부터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이어졌다. 췌장, 비장, 파열, 빈혈, 쇼크......

 "자두는 지금 언제든지 쇼크가 올 수 있는 상황이고요. 바이탈이 너무 떨어져 있어요. 현재 수액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저희 병원에는 피가 없어요. 비장 파열로 인해 수액 맞는 중에도 쇼크가 올 수 있고요."


 아니. 선생님. 잠깐만! 우리 자두 이야기 하시는 거 맞습니까? 온몸과 얼굴이 터질 듯이 뜨겁고 어지러웠다.

 "선생님. 쇼크는 어떤 상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죽음이요. 자두 죽을 수도 있어요. 빈혈 여부가 관건이니 추가 검사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우리 자두가 죽을 수도 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래 병원에서는 가장 최악의 수를 알리는 법이니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했다. "자두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다시 벼랑 끝에 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현재 자두 상태 너무 안 좋아요. 혈액이 있는 병원을 구해서 수혈을 하셔야 되고요. 혈액 공급하면서 비장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데요. 수술 비용은 육백만 원 정도 될 겁니다.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보호자 님께서 선택하셔야 고요. 수술 도중에도 언제든 쇼크가 올 수 있습니다. 수술을 한다 해도 살 거란 보장은 없고요. 일단 수혈과 수술은 보호자님 선택에 달려 있어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보리라. 내 가족 자두를 살릴 수만 있다면야. 


 손을 덜덜 떨면서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자두와 똑같은 DEA1(-) 혈액이 있는 병원을 찾는 데 성공했다. 엄마께 락하여 병원으로 와 주시청했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인가. 이러다 내가 죽을 같아 필사적으로 숨을 깊게 마셨다.


 직원 한 명이 내게 달려왔다. "자두 보호자님 빨리 들어오셔야 것 같아요!"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자두가 산소 공급과 심폐소생술 처치를 받고 있었다. 바닥에는 주사 바늘과 작은 유리병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실내 배변을 결코 하지 않는 우리 자두가 누워서 똥오줌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했다.


 "마지막으로 자두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자두야. 제발. 제발 부탁이야. 이렇게 가면 안 돼. 자두야 사랑해. 미안해." 귀가 예민한 자두가 괴로울까 봐 큰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우리 자두는 이렇게 쉽사리 떠날 강아지가 아니기에 괜한 고성으로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24년 5월 29일 새벽 네 시경 자두 사망했습니다. 나가 계시면 저희가 자두 닦아서 보호자님께 전달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저희 자두 심장 아직도 뛰는 것 같은데요. 눈도 뜨고 있고요."

 "강아지는 돌출형 눈이라 사망해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옆으로 누워 있는 자두의 큰 눈은 마냥 반짝였고 점이 콕 박힌 까만 코는 여전히 귀여웠고 얼굴도 발바닥도 사랑스러웠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오로지 언니를 좇던 강아지의 눈동자가 이젠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경우의 수 중에서도 사랑하는 반려견의 죽음은 외였다.


소리 없는 발작을 일으키며 우는 나를 눈물범벅이 엄마가  껴안아 주셨다. "엄마. 우리 자두 불쌍해서 어떡해. 엉엉."

 병원 도착 삼십 분 만에 모든 희망과 함께 생명의 불씨가 꺼졌다. 잔인한 새벽이었다. 오십만 원가량의 병원비를 결제한 후 엄마와 나 남동생 그리고 상자에 담긴 자두 넷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몹시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내 행복의 팔 할인 반려가족 자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겨우 여덟 살의 나이로. 개도 사람도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배웠다. 소중한 자두가 없는 일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통렬한 슬픔이 갈비뼈를 흔들어재끼고 목구멍을 찢었다. 이제 나머지 여섯 명의 자두 가족들에게 비보를 전해야 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자두(2016년 4월 5일~2024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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