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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l 10. 2024

강아지를 돌로 만들겠다고?

메모리얼 스톤 대소동

 자두의 장례를 치르며 놀라운 정보를 접했다. 반려견이 죽으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행위가 적법이라는 것. 몇 번이 다시 확인했는데 이런 방법으로도 장례 아닌 장례가 가능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행각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단 사실. 자두가 좋아했던 장소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인지라 자연장이 불가했다. 고민하던 중에 여동생이 메모리얼 스톤을 제안했고 나는 가족들 모두에게 의견을 물었다. 들 상처가 큰 상황인지라 장례에 관한 결정은 특히나 조심스러웠다. 남동생, 남편, 엄마는 좋은 생각이라며 일동 동의했다. 


 하지만 아빠의 의견은 우리와 다를 것 같아 걱정. 예상대로 아빠께선 거부감을 표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강아지를 돌로 만들 생각을 하냐. 쯧쯧쯧." 아빠의 깊은 속상함이 전해졌다. "아빠. 그러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나로서는 어떤 방법도 크게 유의미하지 않았다. 천천히 결정하자는 나의 제안에 아빠께선 우리들의 의견을 따르겠다 하셨다.


 유골함을 들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는 날 아빠 자두가 좋아했던 침실에서 나오지 않으셨다. 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자두를 조금도 떠나보내지 못한 상황에서 메모얼 스톤 제작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게다가 아빠께서는 40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모르셨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무겁고 복잡했다. 한바탕 울고 난 후에 유골함을 달하면서 직원에게 물었다. "메모리얼 스톤 제작 현장을 우리가 볼 수 있나요?" 내 물음에 직원이 예상외의 답을 했다. "작업 현장이 너무 지저분해서 안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뭣이라? 환경이 지저분한데 스톤 제작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청소 후에 진행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다.


 이미 결제를 마쳤건만 온갖 의문점과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 왜 작업장 청소가 안 된 것지? 조그마한 이물질만 들어가도 스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얼마나 지저분하길래 안 보는 게 낫다고 한 거지. 저들을 믿어도 될까?


 남편은 혼란에 빠진 내게 기분 전환 겸 드라이브를 권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금방 다시 올 생각으로 차를 탔다.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낯선 길을 달리니 넓고 고요한 강이 나왔다. 한적한 자연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푸르른 식물들과 날갯짓하는 새들... 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미안한데 나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야겠어." 남편과 남동생 역시 내내 마음이 걸렸다며 곧장 차를 돌렸다. 왜 우린 늘 한발 늦 문제를 한담?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상급자로 보이는 안내 직원에게 문의했다. "자두 보호자인데요. 스톤 제작하는 현장을 보고 싶어요. 혹시 가능할까요?" 직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네. 가능합니다.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검은 정장을 입은 장례지도사 한 명이 선두에 서고 그 뒤에 리 세 사람이 줄줄이 서서 이동했다.


 베이지색 건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커다란 작업실 투명창이 보였다. 장정 두 명이 우리가 온 것도 모르고 열심히 메모리얼 스톤을 생성하는 중이었다. 작업실 상태는 상상했던 것보단 훨씬 양호했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밖으로 나와 남편과 동생의 표정을 보니 그들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안색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앞으론 의문점이 생기면 그때그때 물어보고 해결하자고 이야기했다.


 대기실로 돌아가 소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께서 자꾸만 우리를 흘깃흘깃 쳐다보셨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 건가?' 몇 분 후에 정적을 깨고 할아버지께서 입을 여셨다. 단지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으셨던 할아버지는 어디에 사느냐는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여 있는 인생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우리 개가 이십 년 살다가 갔거든? 최근 년은 말이야. 여행도 가고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개만 지켰거든. 아주 못 할 짓이야. 개가 너무 아프니까 오늘 오전에 병원으로 가서 안락사를 시켰거든. 다들 얼마나 는지. 나는 오로지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깨끗하게 떠나야 하는데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아버지의 나긋한 말투와 목소리에 대화가 점점 더 무르익었다.

 "할아버지. 이십 년이나 키우던 강아지가 떠나서 어떡해요. 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선 별로 슬프지 않다고 하셨다. "사람도 개도 누구나 나이 들면 죽는 거지 뭐.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지. 그게 삶의 이치니까."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번호라도 여쭙고 싶을 정도로  위안을 얻었다. '어차피 누구나 죽는다'는 빤한 진리가 어르신의 입을 통해 전해지니 오히려 슬프기보단 위로가 됐다.


 이윽고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이야. 개가 죽으면 죽은 걸로 끝내야지. 무슨 스톤 제작이니 뭐니 그런 걸 한다고. 장례 끝나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여기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뭐 하는 건지. 나참 이해가 안 돼. 우린 지금 스톤인지 뭔지 그거 기다리고 있거든." 나와 남편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저희도요. 할아버지. 실은 메모리얼 스톤 기다리고 었어요......"

 "어이쿠. 그랬구먼. 그런데 그거 비용이 얼마요?" 사십만 원이라는 대답을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그날 본 것 에 최고로 놀란 표정과 반응을 나타내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하얀 솜에 쌓인 자두의 메모리얼 스톤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고생하셨다며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직원 한 명이 자두의 메모리얼 스톤을 몽땅 바닥에 쏟아버렸다. 몇몇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온신경에 내리 꽂혔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자두의 뼈가루로 이뤄진 메모리얼 스톤이 여기저기 튀며 파열음을 냈다. 우리들은 입을 틀어막고 어이없는 현실 부정했다. "아이고 저런!" 할아버지께서도 미간을 찌푸리시며 한숨을 내쉬셨다. 집에 와서 보니 이미 깨져 금이 간 스톤이 보였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이 불쑥불쑥 들이닥나를 시험하는 요즘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자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일말의 위안을 위해 제작한 스톤은 직원의 부주의로 차가운 바닥을 나뒹굴며 깨졌다.

 갖가지 혼돈과 슬픔을 겪으면서 내 몸 이상 반응이 생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잦은 기침이 나왔다. 가족들 슬금슬금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감기야? 바이러스 감염인가? 얼른 병원에 가 봐." 이럴 때 자두는 에 딱 붙어서 온몸으로 간호해 줬는데.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로 내 몸과 마음을 데워 줬는데. 엉엉.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목이 터질 듯 아프고 숨 쉴 때마다 갈비뼈에 통증이 다. 한 번 시작된 기침은 멈출 줄 모르고 이어다. 조금 쉬면 낫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좀처럼 차도가 없다. 어지간히 아파선 병원을 가지 않는 내가 찾아간 곳은 동네에서 름난 이비인후과였고 그곳에서 뜻밖의 소견을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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