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에일리가 부른 'If You'라는 곡의 가사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종종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100의 사랑을 다 퍼 줘 본 적이 있던가? 단 한 번의 계산도, 밀땅도, 질투도, 배신도, 실망도 없이 백의 사랑을 주고받았던 유일무이한 존재가 있다. 반려견 자두이다.
처음 자두를 만났을 때만 해도 내 마음은 오십이 채 되지 않았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그러나 어린 왕자와 여우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지면서 점차 내 사랑은 백이 되었다. 자두의 사랑은 기준 밖이었다. 내 딴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줘도 언제나 몇 곱절의 정과 사랑이 되돌아왔다. 자두를 생각하면 고마운 동시에 미안했고, 미안한 동시에 고마웠다.
경조사를 챙기고 삶이 바쁘단 핑계로 이 주 연속 자두를 못 만났던 적이 있다. 남동생의 차를 타고 우리 집에 온 자두는 극도로 흥분하며 발바닥을 닦지 못할 정도로 격하게 나를 반겼다. 드디어 뜀박질을 멈추고 눈을 맞추던 자두.예쁜 두 눈 가득히 내가 담겨 있었다.
"자두야. 잘 지냈어? 언니랑 오빠는 자두가 너무 보고 싶었어." 그때 자두가 꼬리를 흔들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두는 온몸으로 그리움을 표현했다. 우리가 못 만났던 이 주의 시간이 자두에게는 몇 해의 긴 세월이었으리라. 나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우리 부부와 자두는 거실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집안에 더없는 온기와 사랑이 넘쳤다.
그런자두가 떠나고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건 다름 아닌,내가 베풀었던 사랑이었다. 자두가 준 사랑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내 나름 100의 사랑을 줬었기에 큰 슬픔이 견뎌지는 듯하다.
자두가 좋아하는 놀이를 할 때마다 "잘한다. 최고야." 칭찬했던 기억, 내 몸이 힘들어도 자두의 산책과 밥을 먼저 챙겼던 기억, 하루 종일 쫄쫄 굶다가도 자두에게 가장 좋은 부분의 소고기를 양보하며 미소 지었던 기억. 100의 사랑을 주었던 그 순간이 자두 없는 세상을 지탱한다.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내게 백의 사랑을 베푸는 존재를 만난다. 그 상대가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당신에게 백을 내어주는 존재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다. 누군가에게 백의 사랑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혜이다. 내가 베푼 사랑이 나를 구원한다. 깜깜한 새벽에 잠에서 깨어 자두의 부재를 느낄 때면 심장이 철렁한다. "아. 우리 자두가 없구나. 어떡하지." 이내 심호흡을 하며 나를 살리는 주문을 외운다. "괜찮아. 누구보다 사랑했어.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