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마을버스로 단 두 정거장. 태양이 지글거리는 한여름이었지만 양산을 쓰고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아이스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미리 챙겨 간 텀블러에 시원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어기여 영차 더위를 저어 드디어 도서관 입구에 당도. 출입문 앞을 서성이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불이 꺼진 도서관 내부가 보였다. 눈물 똑똑. 거기 누구 없소...
도서관 가는 날이 장날. 벌써 몇 번째 실수인지. 동네 도서관의 휴관일이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변경됐고, 격주 휴무에서 매주 금요일 휴무로 바뀐 지가 꽤 됐다. 이 사실을 망각한 채 헛걸음을 했다가 근처 카페로 행선지를 변경하곤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미리 카페에 들러 음료를 테이크아웃까지 해버렸지 뭐야.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찰나에 나처럼 휴관일을 깜박한 사람들을 추가로 만났다. 당혹감이 얼굴에서 묻어나는 그들을 보며 동지애를 느꼈다. 휴관일이라도 도서 반납은 가능하기에 무거운 짐을 조금 덜어내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바보. 멍청이."를 읊조리며 집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텀블러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가방은 조금 가벼워졌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그날 도서관에 챙겨갔던 도순이의 애정템들은 이러했다.
-도서, 텀블러, 노트, 필통, 이어폰, 핸드폰, 군것질거리, 양산.-
여력이 된다면 독서대도 소지하고 싶지만 패스. 도서관에 갈 때 딱 세 가지만 챙겨야 한다면 회원증이 내장된 핸드폰, 노트, 필기구를 챙기겠다.
아니. 다 필요 없고 휴관일부터 확인해야지. 도서관 앱을 켜고 도서관 정보란을 들여다보니 이번달 휴관일은 총 칠 일이다. '1, 3, 4, 9, 11, 18, 25일.' 공휴일이 많은 달이기에 나처럼 공걸음하는 분들이 많진 않으실까 괜한 염려가 된다. 허탕치고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커다란 독서대를 펼쳐놓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역시 내 집이 최고야."를 외쳤다는 후문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