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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Nov 04. 2024

내향인의 도서관 나들이

나의 소박한 도서관 이야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에너지를 뺏기고 책이 많은 곳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나.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언제나 작은 설렘이 감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편안한 자리를 물색한다. 선호하는 특정 좌석은 없지만 나만의 자리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 첫째도 둘째도 사람과 마주 앉지 않아도 되는 자리. 벽이나 창을 마주하는 좌석이라면 두 말할 것 없이 합격이다. 멀지 않은 간격을 두고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 시간을 보내는 건 내겐 너무 어색한 일이다. 마땅한 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날이 궂고 가방이 무거워도 터덜터덜 장소를 옮긴다.


 도서관 휴게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리가 나면 잽싸게 가서 앉으면 그만인데 그게 잘 안 된다. 커다란 테이블에 학생 여러 명이 둘러앉아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거나, 하필 빈자리가 누군가의 좌석이라면 슬그머니 물만 먹고 나온다. 이런 이유로 점심을 싸들고 갔다가 먹기를 포기했던 적도 있다. 아무도 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대체 이 모양일까 혀를 끌끌 차면서도 차라리 배를 굶는 게 쉽달까. 혼밥도 어려운데 낯선 사람 앞으로 척척 걸어가서 자리까지 잡는 건 내게 너무 고행이다. 내가 먼저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면 곁을 내주는 게 어렵지 않지만 말이다.


 기이할 만큼 더웠던 올여름엔 도서관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몰리는 듯했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 '에어컨 켜진 거 맞아?' 의심의 눈초리로 천장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가만히 앉아서도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도서관은 만인의 무더위 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앉을자리도 마땅치 않고 내부 공기도 답답한지라 몇 차례 책만 빌려 나오면서 내심 아쉬웠다. '다음번엔 도서관에 앉아서 독서해야지.' 벼르다가 가을이 되었다. 가을보단 여름철에 도서관 이용객이 더 많다고 한다. 고로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아니라 도서관 가기 좋은 계절이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은 사계이니까. 내향인을 구출하는 도서관, 그곳은 언제나 잔잔한 사람 냄새와 반가운 책 냄새가 난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장소가 가까이에 있어 늘 마음이 부르다.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데비 텅)- 도서관에서 만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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