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동영상을 본 이유

ㄴr도 ㄱr끔 ㄴHㄱr 부끄럽ㄷr...

by 미세스쏭작가

우리 부부는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사부작사부작 핸드폰을 가지고 놉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서로에게 보여 주며 "이거 알아?", "이 영상 봤어?" 하는 시간이 꽤나 즐겁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엔 한 영상을 음소거 한 채 남편 몰래 봤습니다.

은밀히 감상한 영상의 제목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말투 VS 남편이 생각하는 나의 말투"였습니다. 제목만으로 이미 양심이 찔려서 제 언어생활을 돌아보았습니다. 부부가 생각하는 말투의 괴리란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말투: 여보. 이런 건 위험하니까 제때 치우면 좋겠어요.

남편이 생각하는 나의 말투: 이런 걸 왜 자꾸 여기다 둬? 다 쓰고 나면 알아서 치워야지.


내 말투에는 배려가 실려 있다고 착각하지만 상대가 듣기엔 전혀 다를 수 있단 사실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알면서도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말투에 관련된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던 몇 해 전부터 말투가 예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고운 말투를 유지하기란 도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행복한 부부생활은 남편과 아내의 말투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배우자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말투가 때에 따라 변신을 해대서 괴롭습니다.


나이 들수록 얼굴이 예쁜 사람보다 말투가 예쁜 사람이 고상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말본새가 우아한 사람은 말투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증명해 보입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존중하는 태도가 어투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사람과 대화하면 안정감이 듭니다.

반면 매사에 짜증과 불만이 섞인 말투를 구사하는 사람은 외모가 어떻든 인간적인 매력이 없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톡톡 쏘는 공격적인 말투를 쓰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가 쭉쭉 빨립니다. 속마음은 다를 거라고 헤아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굳이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유형입니다. '외모 췍'보단 '말투 췍'을 챙겨야 하는 요즘입니다.


학생일 땐 외향적이고 왈가닥인 친구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론 인기의 기준이 그저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면밀히 들여다보니 말투가 예쁜 사람들이 동성 친구들에게도 이성 친구들에게도 꾸준히 인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들은 말투로 사람을 홀리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천성이 고운듯한 다정다감한 말투 덕분에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고 대화할 맛이 나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다정하고 차분한 어투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외모보다 목소리와 말투에서 아름다운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이었다고 하죠. 말투는 세월에 노화되지 않는 귀한 자산이기에 날마다 윤이 나도록 갈고닦아야겠습니다. 말투 교정을 통해 대화하고 싶은 친구, 가족, 배우자로 거듭나고 싶단 목표를 다시 세웁니다. 19금 영상을 보다 들킨 사람처럼 음소거 처리나 하는 제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나이 들수록, 지식이 늘수록 배우자의 입장에 서서 유한 말투로 대화하는 힘을 길러야겠습니다. 몹쓸 순발력 대신 시들지 않는 다정함을 장착하렵니다.

남편에게 형님이라니... 이런 다정함이 아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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