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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l 05. 2023

자꾸만 대화하고픈 사람이 되고 싶어

말하는 재미, 듣는 재미

 에세이 한 편을 쓰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무거운 가방을 멘 채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손님이 세 명뿐인 카페에 이끌리듯 들어와 음료를 주문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읽을 책을 꺼내는데 쩌렁쩌렁하게 떠드는 여성분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따다다다 수다를 떠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카페 화장실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수십 분 동안 한 사람만 계속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은 듣기만 하는 안타까운 광경을 구경했다. 결국 음악 사이트에서 유료 결제까지 하고 에어팟을 꼈다.

 말끝마다 “뭔 말인지 알지?”, “뭔지 알지?” 하며 상대방의 동의를 재촉하던 그녀는 듣는 귀라고는 전혀 없는 듯이 행동했다. 그녀의 지인은 짧은 대답과 해탈한 웃음만 반복하며 대화에 임했다.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던 그녀는 얼마 못 가 이만 집에 가봐야겠다며 꽁무니를 뺐다.


 대화 예절 문제로 가깝게 지내기 힘든 람들은 보통 이런 특징을 가졌다. 모임 내내 다른 사람의 말을 지 않는, 말꼬리를 잘라먹고 어떻게든 제 할 말만 이어간다, 이야기를 필리버스터 급으로 장황하고 지루하게 늘어놓는.

 정반대로 말수가 적고 듣기가 주종목인 이들도 있다. 때때로 질문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바통을 건네도 수다쟁이의 덫에 걸리면 소용없다.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이 모임의 목적을 와해시키면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수 모임을 드는 경우도 있다. 이건 정말이지 누가 누구를 따돌렸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잘못  대화 습관 때문에 인기가 없거나, 주변 사람들이 힘듦을 꾹꾹 참는 불상사를 보면 혹시 나는 고칠 부분이 없는지 진지하게 돌아본다. 말을 많이 한 날이면 잘못한 사람처럼 찜찜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더 경청할 걸 그랬지 후회막급이다. 나 때문이건 남 때문이건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다음의 세 가지를 점검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다짐한다.


 첫째, 침묵을 견딜 것.

 잠깐 대화가 끊기거나 침묵이 찾아와도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견디는 게 참 어렵다. 어색함이 싫어서 어떻게든 오디오를 채우려고 애를 쓴다. 상대방이 말수가 적은 경우라면 더욱 서두르게 되는데 이때 내 이야기가 아닌 벼운 질문으로 침묵을 메꾸려고 노력한다. 온통 내 이야기로 침묵을 갈음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사소한 말은 간략하게 끝맺기.

 “마트에서 탈모 샴푸를 샀어.”라는 문장을 길게 늘여서 퍽이나 상세히 구사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 둘째 애를 학원에서 픽업해서 저녁 여덟 시경에 마트에 데려갔거든. 그런데 우리 둘째가 또 피자를 사 달라고 하더라. 거기 피자 나는 영 별로던데 우리 애는 갈 때마다 사 달라고 하대. 너도 먹어 봐서 알지? 크기는 큰데 맛있지는 않잖아. 마트는 평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은 거 있지. 샴푸 하나 사는 데 어찌나 복잡하고 귀찮은지. 주차하는 데도 한참 걸렸잖아.” 아직 탈모 샴푸를 구매한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서 무섭다! 말이 길고 장황한 사람과의 대화는 난도가 높다.

 나 또한 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속으로 "이건 아니야."를 외치면서 그때그때 감히 편집을 한다. 추가로 듣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이 질문할 테니 너무 상세하고 지루하게 기술할 필요가 없다.

 

 셋째, 말이 겹치지 않게 주의하고 도돌이표를 남발하지 않는다.

 이야기 도중 말이 겹치면 가볍게 사과하고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린다. 누군가 말을 끊어서 화제가 바뀐 경우 중요한 말이 아니라면 넘긴다.

 남의 말을 습관처럼 끊어 버리고, 대화 주제가 A에서 B로 바뀌었음에도 집요하게 A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듣는 이들이 힘들고 지루해서 화제를 변경한 것일 수도 있으니 정도의 눈치코치를 발휘해야겠다.


 말을 하는 시간의 비중이 한 사람에게만 치우치면 대화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생긴다. 시간 배분을 염두에 두고 말하면 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주로 말을 하는 편이라면, 말 한 만큼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나운서 이금희 님이 TMI(너무 시시콜콜한 정보)라는 개념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바꿔서 생각하면 애정넘치는 사이라야 TMI가 반갑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했고, 저걸 먹었고, 누굴 만났고, 어디에 갔고... 줄줄이 장황스럽게 말해도 되는 상대가 있고, 조절해야 하는 상대도 있다.

 핵심을 먼저 말하고 대화가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듣는 이를 배려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자꾸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잘 듣고, 적당히 말하는 태도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헬로자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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