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왔다. 동시에 옷이 가벼워지는 핫한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을 맞이하여 다이어트 영상을 하나 시청했다. 운동 방법과 식이요법을 소개하는 영상인 줄 알고 틀었는데 강사가 수차례 강조한 것은 운동이 아니라 숙면이었다. 첫째도 둘째도 충분한 숙면이 중요하므로 일 개월 동안 커피를 끊어보라는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카페인에 취약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손이 덜덜 떨리는 경우도 많고, 아메리카노에 단 음식을 곁들여 먹는 습관이 있기에 이참에 카페인과 타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좋았어. 딱 한 달 동안만 커피 끊기! 내 몸에 일어날 변화를 경험해 보자. 큰맘 먹고 도전을 외쳤다.
첫날은 강한 동기부여 덕분에 무탈하게 커피가 없는 하루를 보냈다. 단 하루이기에 큰 차이를 경험할 수 없었지만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일과를 마무리했다.
커피 끊기 이틀 차. 네스프레소 기계로 커피를 내리면서 하루를 열었던 습관은 잠시 안녕. 모닝커피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복에 생수와 유산균을 꿀꺽한 후 가족들과 점심 약속이 잡힌 빕스로 이동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세 접시째 신나게 식사를 즐기는 내게 남동생이 “뷔페만 오면 쯔양이 되냐?” 하고 나무랐다. “겨우 세 접시밖에 안 먹었는데 왜 그래?” 별로 먹을거리가 없다고 해놓고 식사 마무리로 디저트까지 두둑이 챙겼다. 생크림과 사과잼을 바른 따끈따끈하고 바삭한 와플을 먹으면서 커피도 한 모금.
어느새 홀짝홀짝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있는 나. 아악. 작심이일 만에 실패라니 허무했다. 식습관이 정말 무섭다는 한탄을 하며 이미 마신 김에 아메리카노를 원샷해 버렸다.
사기가 꺾인 나머지 셋째 날도 넷째 날도 기어코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서도 커피를 한 달 동안 끊으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궁금한 심정이었다. 역시 뭐든 확 끊으려고 하면 금단현상이 배가 된다.
그래도 이왕에 도전 의지가 생긴 바 커피를 완전히 끊진 못하더라도 앞으론 건강하게 즐기려 한다. 커피는 잘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지만 나는 워낙 카페인에 취약한 사람이니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성취할 계획이다.
첫째, 돈 생각하지 말고 티를 주문하자.
음료 값이 비싼 카페에 오면 가장 만만한 아메리카노를 찾게 된다. 우리 집에는 양질의 티 세트가 가득해서 카페인이 없는 차를 주문하려고 하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겨우 사제 티백 하나를 우린 차를 오천 원이나 지불하고 마실 때면 ‘이럴 바엔 아메리카노 훨씬 낫지.’ 싶더라도 건강의 기회비용을 따지겠다. 커피를 참을 수 있는 상태라면 무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보련다.
둘째, 커피에 디저트를 필수로 곁들이지 말 것.
정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디저트를 위한 커피가 아닌, 커피를 위한 커피를 마시리라. 이렇게만 해도 당 섭취와 카페인 섭취를 동시에 줄이게 된다. 단 것을 너무 좋아해서 커피를 하루에 세 잔까지 마시는 날도 있으므로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이는 식습관부터 고쳐야 겠다.
잠을 잤으나 충분히 피로가 풀리지 않은 날이면 필수로 카페인을 섭취하고 각성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예민한 사람이 섭취하는 카페인은 특히나 사람의 신경을 과도하게 깨어있는 상태로 만든다는데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끊을 수 없다면 즐기자는 식의 태도를 벗고, 소소한 노력과 변화를 추구해야지. 언제부턴가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음식이 되었다. 먹기 위해 운동하고,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을 재미로 자주 했는데 이젠 음식에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는 내가 낯설다.
커피, 디저트, 숙면, 몸무게, 건강과 삶의 질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건만 꿀꿀이의 삶은 대체 어디까지 표류할 작정인가.
고소하고 향긋한 커피도 좋지만 내 몸을 지배하는 건강한 주인이 되기 위하여 생수를 들고 건배! 커피 끊기 도전을 외친 날 이후로 의무처럼 커피를 마시던 습관에서 벗어났다. 이를 통해 몸에 크고 작은 변화를 겪게 되거든 후기를 공유할 계획이다.